서울지법 형사5단독 김대웅(金大雄)판사는 13일 지난 1월 여대생 A(24)씨로부터 죽여줄 것을 부탁받고 이를 실행하려던 김모(21)씨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살인 의사가 없으면서도 '살인계약'하고 돈을 받았으니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유죄 인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법정 밖에서는 "죽여달라고 부탁을 해놓고 나서 자신을 진짜 죽이려 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면 어쩌라는 거냐"는 김씨 부모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김씨의 아버지(52)는 A씨가 "나를 꼭 죽여달라"며 보낸 무수한 '살인 부탁'e-메일 내용을 꺼내보이며 "실제 죽이려는 마음이 없던 아들이 A씨 말에 속아 장난삼아 A씨를 만났다가 오히려 피해를 본 셈인데 A씨를 처벌할 법은 정말 없는거냐"며 억울해 했다.
실제 A씨는 검찰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여러 차례 '죽여줄 것'을 부탁했으나 계약금만 떼였고, 김씨도 죽여 주지는 않고 돈(18만원)만 떼갈 것 같아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검찰도 이 같은 사정을 감안, 김씨를 촉탁살인죄가 아닌 사기죄로 기소했다. 김씨가 18만원을 모두 돌려줬고 피해자 A씨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 터여서 '촉탁살인 계약'이라는 특수상황만 뺀다면 벌금형 정도가 예상됐다.
그러나 법원은 "경솔히 사람의 목숨을 계약의 대상으로 삼은 만큼 김씨가 A씨에게 속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고, 이 같은 종류의 범죄에 대해 경고를 하는 의미에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