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비상사이렌이 켜졌다. 미국발 '세계증시 쇼크'가 국내 증시를 강타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유일하게 국내 증시를 떠받쳐왔던 외국인투자자들이 강도높은 매도공세를 취하기 시작하면서 증시에는 붕괴 위기감마저 감도는 분위기다. 세계 증시의 혼란으로 외환시장과 채권시장도 동요를 일으키는 등 국내 자금시장 전체가 난기류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흔들리는 외국인
13일 새벽 미국 나스닥시장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투자자들은 2000선이 맥없이 붕괴되는 모습에 큰 낭패감을 맛봤다. 한국 증시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나스닥시장의 붕괴 충격이 곧바로 여의도 증권가를 초토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감에서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이날 주식시장은 개장 초반부터 급락세로 출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겼던 종합주가지수 530선과 코스닥지수 70선을 허물어뜨렸다. 양대 시장을 합해 오른 종목은 160개에 불과한 반면 내린 종목이 1,260개를 넘어설 정도로 증시 전체에 위기감이 확산됐다.
특히 국내 유통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주가행방을 쥐락펴락해 왔던 외국인투자자들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연초 3조원대가 넘는 매수우위를 유지하던 외국인투자자들은 올들어 최대 규모인 1,500억원에 이르는 팔자물량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면서 주가급락을 부채질했다. 나스닥 악재는 물론 현대 계열사 지원에 대한 실망감까지 겹치면서 외국인들은 금융주와 현대주를 중심으로 4일째 매도공세를 취하고 있다.
■바닥을 묻지마라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 여부를 묻는 질문에 증시전문가들은 전적으로 나스닥시장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나스닥시장이 안정을 되찾지 않는 한 국내 증시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더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나스닥시장의 추가 붕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 LG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주요 기업들의 실적악화 경고가 계속 나오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투자자들도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어 나스닥지수가 1,800~1,900선까지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나스닥지수의 선행지표역할을 하고 있는 나스닥 선물지수가 장중 내내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비관론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관건은 다음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인하조치의 강도. 그러나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기대감마저 갈수록 희석되고 있다. 금리를 내리더라도 기술주 중심의 기업실적에 대한 비관론이 압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추세를 얼마나 돌려놓을 지 회의가 든다는 분석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본 경기 침체와 증시 붕괴가 국내 기업의 펀드멘털(기초체력)약화 우려와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자금시장의 동요 주가급락과 엔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외환시장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금융당국은 엔-달러 환율이 117~121엔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시장은 대체적으로 상반기 중 125엔까지는 치고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 약세는 대일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원화 약세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외환시장 관계자는 "엔-달러 환율 추이에 따라 조만간 원-달러 환율도 1,300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나스닥 폭락과 엔화 약세 등에 따라 1,284원에 거래가 시작됐으나 엔화가 다소 진정됨에 따라 전날보다 0.60원 오른 1,279.00원에 마감했다.
이와함께 미국 증시 침체가 계속되고 자금시장이 동요를 일으킬 경우 장기채를 중심으로 채권시장에도 충격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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