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마다 우리집 세탁실 양동이엔 빨랫감이 가득하다. 아이 키우는 집에는 으레 있을 법한 일이지만 우리집은 좀 남다르다.다른 집은 흙이나 변이 묻은 아이들 옷이 대부분이지만 우리집 빨랫감은 전부가 아기 기저귀이기 때문이다.
밤새 아이가 내놓는 기저귀가 어림잡아 20여개, 거기다 낮동안에도 그만큼의 기저귀를 배출해 놓는 통에 빨래통은 바닥이 보일 날이 없다.
그래서 거실이며 베란다, 심시어 내 공부방까지 온 집안이 기저귀로 뒤덮여 마치 포목점 같다. 퇴근길 먼 발치에서도 보이는 베란다에 널린 하얀 기저귀는 왠지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분위기는 아내의 고집 때문에 연출된 것이다. 큰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도 다른 집처럼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했다.
그러나 아이의 엉덩이가 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아내는 당장 천을 끈어다 기저귀를 만들었다.
빨래 감당하기가 장난이 아닐 거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불평 한마디없이 천기저귀를 사용했고 그것은 둘째 아이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잠든 늦은 밤이나 낮시간에 기저귀 빠는 일은 아내의 중요한 일과가 됐다. 에상대로 빨래하는 일은 장난이 아니었다.
양도 양이거니와 뜨거운 물에 기저귀를 삶고 손빨래를 한 다음 다시 세탁기로 한번 더 씻어내야 하는 과정은 더욱 힘이 든다.
간혹 내가 도와주면서 아내가 얼마나 힘들까를 알게 되지만 아내는 불평 한마디 없이 그 일을 해내고 있다.
밤늦도록 기저귀를 탈수해 널고 마른 기저귀는 다시 곱게 개어서 아이에게 채워지는 반복되는 일과. 날이 새면 그 기저귀들은 영락없이 빨래통을 채우지만 아내는 정말로 즐겁게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의 이런 바지런함 덕에 우리집 쓰레기 배출량도 대폭 줄었다.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해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그 양은 엄청나다. 그렇기에 아내는 환경파수꾼 역할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무엇보다도 아내의 이런 고집으로 인해 아이가 받을 사랑이 흐뭇하다. 딱딱하고 거북스러운 일회용기저귀가 아니라 보드랍고 흡수성이 좋은 천기저귀를 차고 있을 아이의 평온이 더 없이 만족스럽다. 아이들의 기저귀 몇 장이라도 남겨 먼훗날 아이들이 자라면 엄마의 사랑이라고 보여주고 싶다.
오늘도 나풀거리는 기저귀 숲을 헤치며 출퇴근하는 일이 즐겁다.
※ '독자에세이'에 원고를 보내주신 분께는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이용호·경남 사천시 선구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