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의료보험)이 심각한 재정 고갈로 파산 선고가 내려질 위기에 처했다. 보험 금고가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가 열린 지 13년만에, 의약분업이 시행한 지 1년도 안돼 바닥나면서 진료비 지급 불능 우려가 현실화하고있다.박태영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2일 열린 긴급 전국 지사장 회의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연말게 3~4조원의 당기적자를 내는 것은 물론 당장 5~6월께 보험급여비를 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의 총체적 부실을 역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거덜난 지역의보
12일 현재 지역의료보험 재정 잔고(시재액)는 1,300억원으로 평균 6일치 급여에 불과하다. 지역의보는 지난달 초 이미 시재액이 90억원밖에 남지 않아 보험급여비 350억원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으나 국고에서 1,500억원을 긴급 지원받아 '발등의 불'을 일단 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3월분 보험료가 공단에 들어오는 4월13일까지 1개월간 공단이 지역의보에서 쓸 수 있는 돈은 시재액에 2월분 보험료(2,800억원), 1·4분기 국고보조 잔여금(690억원) 등을 합쳐 총 4,790억원이 전부다. 이는 지역의료보험의 평균 22일치 급여 지급액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국고지원 조기배정 등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내달 5일을 전후해 지역보험 재정의 완전 고갈이 예상된다.
■동반위기에 처한 직장의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던 직장의료보험도 최근 5년 사이 20%나 늘어난 보험진료비의 증가 등에 따라 이날 현재 시재액이 11일치 급여 지급분에 해당하는 2,800억원으로 바닥을 보이고있다.
공단측이 내달 보험료가 들어올 때까지 직장보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원도 시재액에다 2월분 보험료(2,900억원)를 합쳐 5,700억원으로 약 23일후인 내달 6일께 지역의보와 함께 '동반 파산'이 예상된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공적자금을 차입하는 형태로 외부지원을 받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견된 파국
지역 직장 공무원(공교) 등 3대 건강보험의 재정파탄 위기는 이미 작년에 구체적 수치로 나타난 바 있다. 작년 한해동안 사상 최대 적자폭인 1조114억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수입은 보험료 등 9조5,270억원이었던데 반해 지출은 급여비 관리운영비 등을 합쳐 10조5,384억원이었다. 지역의보 2,989억원, 직장의보 7,064억원, 공교 61억원의 적자를 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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