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에서 피해자 진술을 하던 이모(38)씨는 지난 몇 달새 일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지난해 6월 부업으로 하는 미용실 직원들의 월급을 밀리지 않으려고 사채업자 노모(34)씨를 찾았던 게 화근이었다.고작 200만원을 빌리는데 선이자를 60만원이나 떼고, 월 이자도 35만원이나 되는 턱없는 조건이었지만 '급한 불을 끈뒤 빨리 갚자'는 생각에 돈을 썼다.
그러나 보름만에 50만원을 갚은 뒤부터 일이 꼬였다. "그 때부터 수없이 전화하고 사무실도 찾아갔지만 도무지 만날 수가 없었어요. 할 수 없이 '받을 돈이 있으니 연락하겠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연락이 끊긴 지 한달쯤 지난 8월 말 돌연 노씨가 건장한 20대 2명과 함께 집으로 들이닥쳐 "그동안 밀린 이자까지 포함해 1,000만원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기막혀 항변하는 이씨의 집에 이들은 거의 매일 밤 찾아와 협박과 폭행을 일삼았다.
심지어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까지 나타났다. "저야 그렇다쳐도 가족의 고통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직장마저 휴직하고 아내와 합의이혼한 뒤 여관과 친척집을 전전하던 이씨는 이달 초 노씨 일행에게 붙들려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 끝에 1,300만원짜리 차용증을 써주었다.
"죽이겠다는 협박을 예사로 받았지만, 더 이상 피해자가 없어야 겠다는 생각에 경찰을 찾았습니다."
경찰은 이날 노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달아난 공범들을 전국에 수배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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