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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적자금 누구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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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적자금 누구 책임인가

입력
2001.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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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부실운영을 따지겠다던 국회 청문회가 부실하게 끝났다. 증인들을 떼로 불러 물을지, 따로 불러 물을지를 다투다가 청문회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그렇게 벼르던 청문회가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는데도 국민들이나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청문회장에서 전현직 경제장관들을 심문해야 할 국회 의원들이 복잡한 금융거래를 분석하여 공적자금 투입상의 문제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의원들이 보도자료로 내놓았던 것을 보면 예금보험공사 운영위원회의 서면결의가 많았고 해외출장 중이던 당시 재경부 차관의 서명을 다른 사람이 대신했다는 등의 지엽적인 문제밖에 없었다. 그런 수준의 질문이었다면 경제지식에서 한 수 위에 있는 경제장관을 제압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은 산출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29조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해 국가예산보다 많은 자금을 쏟아 부은 책임을 청문회 증인으로 소환됐던 전ㆍ현직 경제장관들에게만 씌울 것은 아니다.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 금융계 기업계 학계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다. 공적자금은 '공동적으로 책임질 자금'의 줄인 말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공적자금은 금융부실로 예금자들이 맡긴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예금자보호법에 의해서 투입된 것이다.

청산된 일부 금융기관의 예금은 대지급하고, 자금을 투입하여 생존시키는 것이 유리한 기관에 대해서는 출자 등의 형태로 자금이 투입됐다.

따라서 공적자금의 1차적 책임은 예금자보호법을 발의하고 이를 통과시킨 행정부와 입법부에 있는 것이다. 당초 예금보호의 상한액을 정하고 보호대상기관을 제한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수천 개나 되는 신용협동조합을 보호대상에 편입한 것은 국회의원 자신들이다. 지역이나 직장 신협 뿐만 아니라 종교단체 신협까지 부실화했고 1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것이다.

금융기관 인가를 남발하고 인사뿐만 아니라 자금운용까지 간섭했던 정부의 책임이 크고, 금융인들의 경영 선진화 노력도 부족했다.

또한 승산 없는 사업에 뛰어들어 장부를 조작하고 뇌물을 갖다 바쳐가며 은행돈을 빌려 쓴 기업가들의 책임도 크다.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낙후된 금융산업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고라는 점을 잘 알면서도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을 내놓지 못했던 학계의 책임도 적지 않다.

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일간신문의 '오늘의 운세'수준의 점괘가 담긴 글들을 제시하면서 미리 예언했었다고 뽐내는 학자들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이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기보다는 추가 금융부실의 위험을 막는 장치를 마련하고 투입된 돈을 최대한 회수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및 위험관리를 선진화하고 예금보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부실의 책임이 있는 기업주나 금융기관 임직원의 재산을 철저히 추적해서 회수해야 한다.

금융지주회사를 비롯한 공적자금 투입은행은 이익을 창출해서 주식가치를 높임으로써 조속한 시일 내에 정부보유 은행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경기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여 추가부실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적자금 청문회를 다시 열겠다는 국회의 논의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히려 금융시스템 건전화와 예금보호제도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앞으로의 방향을 논하는 것이 보다 생산적이다.

감사원도 공적자금 특별감사의 중점을 예방감사에 두고 시스템 개선방안의 제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만우ㆍ고려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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