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2일 열린 총재단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자세하게 분석ㆍ 평가했다.정상회담에서 주로 대북정책이 다뤄진 까닭에 이 총재의 평가도 여기에 집중됐는데 '총론 지지, 각론 비판'이라는 종전 입장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대북 시각에 있어서는 부시 행정부와 상당 부분 이 맞닿아있음을 확인한 탓인지 각론에 대한 비판 강도는 이전보다 강해졌다.
이 총재는 모두 발언 내용이 담긴 A4 용지 3장짜리 자료를 미리 배포했는데 한 측근은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 당의 평가에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의 대북정책을 미국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고, 양국이 대북정책에 대해 긴밀히 협의키로 한 것은 다행"이라는 모두 발언의 앞 부분은 의례적 수사(修辭)로 별로 무게가 실려있지 않았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굳이 나누자면 10% 긍정, 90% 비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먼저 "북한이 진정으로 변하고 있는가,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본다"며 "양국 정상의 시각차를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 '전략적 상호주의, 투명성, 검증'이라는 기본 원칙의 중요성을 이번 회담을 통해 정부가 인식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북한을 보는 기본 시각을 비롯해 대북정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게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각론 비판은 좀 더 구체적이고 날카롭다. 이 총재는 "'무력 도발 포기를 받겠다'고 했는데 이는 말로 해결되는게 아니라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와 군사력의 감축 및 후방 이동 등 실질적인 위협 감소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투명성의 원칙과 관련해서는 "대북 지원이 군사적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되는 등 국제사회는 물론 우리 국민에게도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평화선언이나 평화협정 대신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 합의를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남북기본합의서를 재가동시키는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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