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에 이어 구제역으로 농업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유럽 각국이 대책에 이견을 보이면서 40년을 지켜온 유럽 공동농업정책(CAP)까지 균열을 보이고 있다.유럽연합(EU)은 농업정책을 놓고 독일의 유기농 부활과 프랑스의 현 농업보조정책 유지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광우병이나 인간 광우병인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의 원인이 사료 영농과 육류 공급망 문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립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유기농업 찬반 논쟁
"EU의 농업보조금은 현재의 집약ㆍ대량 영농이 아니라 유기 영농을 도와야 한다."(레나테 퀴나스트 농무부 장관), "생태학적으로 건전한 영농법으로 가축을 기르는 것을 지지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등 독일에서는 광우병 발병 이후 유기농 부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저가 쇠고기의 대량 공급을 가능케 했던 기존의 축산방법 대신 ▦동물사료 사용 중단 ▦유기 농산물 사료 사용 ▦소 방목 등 자연친화적인 농업 정책의 도입과 유기 영농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농사는 생산량 위주가 아니라 생태학적인 기준에 맞추어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있다. EU도 한때 예산의 3분의 2까지 차지했던 농업 보조금을 계속 줄이는 추세다.
그러나 해마다 약 90억 달러씩 EU 농업보조금(올해 393억 달러)을 받는 최대 수혜국 프랑스를 비롯해 스페인, 그리스 등은 정책의 틀이 바뀔 경우 피해를 우려해 이 같은 주장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CAP이 쉽사리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거듭해 왔고, 최근 광우병 대책을 둘러싼 EU의 비상대책회의에서도 프랑스는 광우병 파동 이후 20% 넘게 떨어진 축산가격 회복을 문제 해결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코노미스트 등 유럽 언론들도 집약ㆍ대량생산 영농이 반드시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유기농 전환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에 소비자들은 준비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독일의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광우병은 육류 공급망 문제
가축 사육과 유통 방식이 광우병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양에서 발병한 스크래피가 양의 내장과 육골분을 사용한 동물성 사료를 먹은 소에게로 옮겨지면서 광우병이 발병한 것은 이미 확인되었다.
광우병 소의 고기와 뼈 등을 먹은 사람이 vCJD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의학계에서는 유력한 가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 AFP 통신은 9일 영국 중부 레스터셔주 퀴니보러에서 1998년 집단으로 발병해 주민 5명을 숨지게 한 vCJD의 원인이 규명됐다며, 보건 전문가들이 21일 주민들에게 원인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발병자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쇠고기나 쇠고기 식품을 먹은 것"이라며 육류 공급망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었다.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vCJD로 80여 명이 숨졌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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