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외국 경제학자와 얘기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그가 우리나라를 늘 태국 인도네시아와 같이 언급하는 것이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세 나라 모두 1997년 시작된 경제위기를 같이 겪었기 때문이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매번 이런 식이었다.사실 한 나라의 이미지는 그 나라의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해당국 경제에 대해 정확히 따져 보고 이미지를 형성하지는 않는다. 그저 막연한 추측이나 인상과 결부할 따름이다. 실제로 경제력 면에서 우리와 태국, 인도네시아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또 하나 세계인들은 어떤 계기를 통해서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해당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로 직결된다. 소비자들은 삼류 국가가 생산하는 일류제품을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경제위기 이후 세계 시장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메이드 인 타일랜드나 인도네시아와 동급으로 보는 인식이 싹텄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찮아도 우리 상품은 국가 이미지때문에 제값을 못받아 왔다. 국가 이미지가 나빠서 대략 30% 정도 손해를 본다는 것이 정설이다. 제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가전제품이나 자동차같은 대표적인 수출품일수록 상황은 더욱 나쁘다. 6ㆍ25 전쟁으로 각인된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겨우 벗어 버린 것도 80년대 들어서였다. 당시의 미군 야전병원을 다룬 시트콤 '매쉬'(MASH)가 미국에서 종영된 데다, 무엇보다도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다시 우리의 이미지가 추락한 것이다.
내년에 열리는 한ㆍ일 월드컵은 이런 오명을 씻을 절호의 기회다. 월드컵을 여러 가지 면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시각은 바로 이것이다. 단순히 월드컵이 지구인의 축제라서 만은 아니다. 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을 한 데 묶어 보듯, 세계인들이 월드컵을 치르면서 한국과 일본을 같은 차원에서 바라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한ㆍ일 월드컵을 보다 더 널리 알리는 것이다. 월드컵 열기를 조기에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여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정부에게만 맡겨둘 일도 아니다. 민간차원에서 한ㆍ일월드컵을 널리 알리고, 축구관람 및 관광에 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조만간 외국경제학자로부터 매번 '한국과 일본은.'하는 얘기를 듣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두 나라 가운데서도 경제 개혁면에서 만큼은 한국이 낫다는 칭찬을 들었으면 한다.
김방희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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