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일 엔低시대 대비할 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일 엔低시대 대비할 때

입력
2001.03.12 00:00
0 0

일본경제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8일 일본의 누적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4배인 650조엔에 이르자 미야자와 기이치 재무상은 일본의 재정상태가 붕괴상황이라고 진단하기에 이르렀다.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 총재의 엔화약세 용인 발언과 함께 엔화가치는 달러당 120엔대로 하락했다. 일본발 경제불안과 미국경제의 하강 조짐은 세계경제는 물론 구조조정과정에 있는 한국경제에도 커다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80년대에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가운데서 경제의 펀더멘털이 가장 양호하던 일본이 왜 재정붕괴 상황에까지 치닫고 있는가.

한마디로 버블경제 이후의 연평균 성장률 1%에 불과한 장기불황, 구조조정 지연, 개혁을 추진할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등이 혼재한 복합불황의 결과이다.

90년대에 기업도산과 증시붕괴가 지속되자 일본정부는 경기진작을 위해 10차례에 걸쳐 100조엔에 이르는 공공투자를 실시했다.

일본의 딜레마는 심각하다. 불황의 최대요인이 소비위축에 있기 때문에 소비세를 올려 세수확대를 추구할 수 없다.

증시침체 및 은행들의 부실채권 증가로 인한 금융불안 등은 일본경제를 끊임없는 불황의 터널 속에 가두어 놓고 있다.

일본의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 경제회복을 위한 막다른 골목에서 부채의 대부분을 인플레적인 통화공급으로 수용하는 것 이외는 별로 대안이 없어 보인다.

이를 위하여 일본 중앙은행이 중장기 금융채권을 매입하여 수익률 곡선을 상향조정하고 현재 5~6% 수준에 있는 장기실질금리를 제로 퍼센트에 가깝게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조치임에 틀림없다.

만약 일본이 이 길을 택한다면 엔화약세는 급류를 탈 수 밖에 없다. 골드먼삭스 아시아 부회장인 커터스는 향후 2~3년 동안 엔화의 환율을 160엔대까지도 전망하고 있다.

일본이 인플레적 통화공급을 취할 경우 거액의 자금이 일본에서 빠져나가기도 하겠지만 남아있는 국내 유동성도 상대적으로 풍부하여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부실한 은행들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재무구조개선을 시도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엔의 급격한 약세화는 중국의 위안화를 비롯한 동아시아 통화 전체에, 아시아 금융위기의 촉발 원인이 되었던 경쟁적 평가절하를 불러올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상품 가운데서 자본집약제품은 일본과 경쟁하고 그 이외 품목들은 중국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와 위안화의 경쟁적 평가절하는 우리나라 무역수지 관리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비하여 우리는 구조조정 이후 수출상품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본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일본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신용의 만기구조와 액수 역시 당장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

일본의 역사는 60년을 주기로 움직였다. 이 주기는 세계와 어떠한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관하여 대외관계를 설정하는 과정, 내적 분규와 진통을 겪으면서 국민적 합의점을 찾는 과정, 마지막 고도성장의 단계로 구분된다.

동서냉전체제가 종식되고 난 다음 일본은 지금 국민적 합의점을 찾는 과정에 있다. 그렇다면 개혁에 대한 새로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현재의 불황과 위기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새로운 국민적 공감대가 농축될 때 일본경제의 틀을 바꾸려는 정치적 리더십이 확고히 등장할 수 있다.

일본 불황의 타개책으로 런던 정경대의 모리시마 미치오교수는 상호협력의 정신에서 지리적 문화적 근접성을 기초로 동아시아의 자원, 인프라 공동개발을 위한 '동북아 공동체'설립을 주장했다.

중국과 남북한 일본 대만 극동러시아를 포함하는 경제협력체를 구성하여 상호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도록 우리도 대비책을 마련할 때이다.

안충영 중앙대 경제학과교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