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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 정상회담후 한반도 정세 "한국 對北입지약화…속도조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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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 정상회담후 한반도 정세 "한국 對北입지약화…속도조절을"

입력
2001.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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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정부의 신중하고 치밀한 대응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고압적 자세로 북미관계가 냉각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정부의 완충 또는 중재역할을 강조했다.■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원 차관

향후 북미관계는 부시 행정부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구축과 북미 미사일문제와의 대립적 성격 등으로 인해 냉각할 것이다. 남북관계에서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리겠지만 통일방안 및 NMD 등에 관한 이견으로 큰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교류ㆍ협력 부문에서의 합의 및 한반도 평화정착과 직결된 불가침 선언은 기대된다. 정부는 종래보다 대북 협상 입지가 약화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 같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 대북 정책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단계마다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면서 입장 차를 조율해야 하고, 대북협상의 자세도 수정 보완해야 한다. 미국 요구인 상호주의, 투명성 보장 등을 남북 협상에서 어느 정도 반영시켜야 한다. 이는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기도 하다.

■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차관

한미 정상회담 평가가 다양한 이유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혼란한 상황에서는 외교문서인 공동발표문이 평가 기준이다. 발표문에 나타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주도적 역할 인정 등은 수사(修辭)이상의 내용이며, 미국의 실무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의 성과는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향후 정부는 제네바 핵 합의 문제와 북한의 재래식 전력 문제에서 부담을 느낄 것이다. 미국이 철저한 상호주의를 견지할 경우 핵 검증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를 중재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 재래식 무기까지 북미 협상에 다루려 할 경우 미사일 협상마저도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는 미 행정부 인사들이 쏟아낸 발언들이 미국의 최종적인 정책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설명해 잘못된 대응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이 미국의 대북인식 개선을 위해 남북협상 과정에서 군사적 긴장완화 등과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 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

공동발표문의 남북화해협력 정책 평가 등은 적지 않은 성과지만 NMD체제 언급은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미국이 NMD 계획을 우선시하면서 미사일 문제를 외교적 협상으로 풀지 않을 경우 심각한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미국이 NMD 문제 때문에 대북 협상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이 거론한 북한 재래식 무기 문제는 미국이 직접 해결할 사안이 아니고, 남북이 주체가 되어 풀어야 하는 사안이다. 이 경우 주한 미군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아직 이러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정리되지 않은 듯하다.

북한이 미국을 의식, 남북대화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으나, 그 반대의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즉 북한이 한반도 군사문제 관할권, 유엔사 문제 등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윤덕민(尹德敏)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번 회담은 한국의 입장을 미국에 알리는 데 의의가 있었다. 따라서 견해차를 강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 협상은 남한보다는 미국이 주도한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부시행정부에서는 협상을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북한과 협상을 하겠다는 자세인 듯하다. 이제 공은 미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갔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지켜 보고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다. 과거로 회귀할 수 도 없는 북한에 남한은 좋은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긴장완화, 평화문제에 대한 답을 가져오지 않으면 당장 대미관계 개선을 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은 크게 의식할 것이다.

■ 조명철(趙明哲)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부시행정부의 대북인식, 대북정책이 정리되지 않았음이 드러났고, 대북정책에서 미국은 '강요'라는 방식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미국이 국내적으로 북한 문제를 대외정책의 시금석으로 삼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단기적으로 부시행정부가 이런 정책을 구사한다면 북한도 강경하게 나올 것이다. 북한이 강경책을 쓴다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것이고 북한은 이를 노릴 것이다.

북한은 최근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 개선으로 북미관계에서 위기를 맞더라도 1994년 당시의 위기로까지 몰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미국과 세부 정책에 대한 조율에 들어가 미국이 원하는 문제와 정부가 원하는 문제를 연계 시키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한미간의 정책조율을 마무리 지은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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