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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총, 참여연대와 '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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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총, 참여연대와 '격전'

입력
2001.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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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세진 다윗(참여연대)이 골리앗(삼성전자)에 맞섰으나 역부족이었다.9일 열린 삼성전자 제32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삼성전자와 참여연대는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장남 재용(在鎔)씨의 경영참여, 사내외 이사 선임 문제,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등 주요 안건을 놓고 표 대결까지 가는 격돌을 벌였다.

하지만 총 1억7,000여만주의 발행 주식 중 절반가량인 8,000여만주가 참석한 이번 주총에서 참여연대는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공공 투자가들의 지원에 힘입어 1,000만주를 확보했으나, 8대1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재용씨 경영참여 공방

주주 강용석씨는 "이 회장의 아들 재용씨와 큰 딸인 부진씨가 각각 부장과 과장으로 삼성전자에 재직중인 것으로 아는데 입사시기와 업무내용 등을 알려달라"고 질의했다.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실장도 "삼성전자 과장이 되려면 7년이 걸린다"며 "그런데 입사 이후 유학만 다녀온 재용씨가 이들을 제치고 어떻게 임원으로 곧바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고경영자로서 재용씨를 사내이사로 승진시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을 검토중"이라며 "재용씨는 1991년 공채 32기로 입사해 현재 부장으로 해외 연수중"이라고 밝혔다.

윤 부회장은 "이재용씨에 대한 급여는 복귀 조건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부회장은 이어 "모토로라도 창업자의 손자가 회장을 맡고 있고, 포드도 증손자가 회장"이라고 반박했다.

◆표대결 진행

삼성전자 임직원들에 대한 막대한 성과급과 쥐꼬리만한 배당액 문제,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 부여 대상 선정 문제 등에 대해서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이같이 논란이 계속되면서 1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건 외에는 표대결이 벌어져 등기이사 수 상한선을 줄이는 정관변경은 찬성 86.9%, 스톡옵션 부여건은 95.7%의 찬성으로 원안대로 처리됐다.

또 사내이사로 임기가 끝난 이학수(李鶴洙)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다시 선임하는 안건과 참여연대가 주주제안을 한 전성철 세종대 세계경영대학원장의 이사선임도 논란을 빚었다.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와 관련된 부담문제도 쟁점이 됐다.

◆주총 이모저모

삼성전자 주총은 초반부터 의사진행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는 등 열띤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호암아트홀에서 시작된 주총은 회사측의 보고 직후 참여연대측의 의사진행 발언이 잇따르면서 일전을 예고했다.

맨 처음 질의를 시작한 소액주주는 "배당액은 액면가의 50%지만 시가로 따지면 0.12%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중역과 직원들에게는 엄청난 성과급이 지급됐다"고 성토했다.

윤 부회장이 오전 9시30분께 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건을 "박수로 통과시키자"며 의사봉을 두드리자 참여연대 등 소액주주들이 반발, 회사측과의 신경전이 30분가량 계속됐다.

특히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실장의 질의가 길어지자 윤 부회장이 "정회할테니까 나하고 붙자"고 나서고, 김 실장이 "왜 반말을 하느냐"고 반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참여연대측은 이전 주총 때와는 달리 국내 공공기금 투자가와 일부 해외 주주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 1,000만주의 주식을 확보했다며 소액주주운동이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주총 보고

삼성전자 윤 부회장은 주총 인사말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지난 3년이 구조조정 1기였다면 향후 3년간은 구조조정 2기로 인식,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 밝혔다.

윤 부회장은 올해 매출액 37조원, 부채비율 51% 달성을 경영목표로 제시하고 "주가관리를 위해 여건이 허락하는 한 올해에도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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