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평가해 달라. 국내 언론과 외국 언론과의 시각 차이가 있는데.▲윤영관교수=부시 행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꾸준히 힘의 외교를 강조해 왔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강한 정책을 펴겠다고 얘기해 왔다.
사실 우리 정부가 3년 동안 햇볕정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정부와의 공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공조의 지속 여부가 관심사였다. 공동 발표문 등을 보면 일단 공조의 틀이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 평가를 할 만 하다.
▲윤덕민교수=동의한다. 부시 행정부는 야당 시절 클린턴 행정부 대북 정책의 잘못된 점을 비판해 왔는데 이제는 자신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측의 입장을 듣는데 주안점이 있었던 것 같다. 부시 대통령 나름대로 한미간의 이견을 어떻게 해소하고, 공조틀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포용정책의 기본틀에 대해서는 총론적으로 합의했다고 볼 수 있다. 방법론에서의 차이가 표출되고 있는데, 검증의 필요성은 우리도 부정하지 않는다.
ABM 보존 강화 때문에 양국 관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회담으로 결속을 다졌다.
▲윤영관교수=공동 발표문, 기자회견 일문일답 등에서 부시 대통령의 생각을 반영하는 구절, 이를테면 '회의감'이라거나 '검증이 필요하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공화당 행정부의 전통적인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근본적인 방향이 달라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어떤 의미에서는 두 나라가 북한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역할을 분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등 남북 관계와 관련, 우리 정부의 주도권을 인정하면서도 북미 관계는 미국이 나름대로 풀어나가겠다는 뉘앙스는 찾아 볼 수 없는가.
▲윤영관교수=북미 문제를 남북 문제와 별개로 나눈 듯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워싱턴포스트에 실은 칼럼에서 '북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에는 한국이 주도하도록 미국이 도와줘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오퍼할 때도 이런 점을 고려, 북한이 한국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이런 것이 이번 회담에 반영된 듯 하다. 한반도 문제에서는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한다는 강한 표현이 있는데 이는 한국 내부의 우려를 불식 시킨 측면이 있다.
▲윤덕민교수=공화당이 야당이었을 때 클린턴 행정부에 대한 비판도 한반도 문제를 미국이 주도하면서 한국이 소외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었다.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관계가 악화할 것으로 보기 보다는 오히려 공화당 행정부의 백업(back-up)을 받으면서 북한과 협상 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윤영관교수=파월 국무장관은 북한이 미사일 문제 등에서 미국이 만족할 만한 조치를 하고, 북한 사회를 투명한 사회로 만들어간다면 줄게 많다고 얘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미국과 협력, 공조를 든든히 유지하면서 북한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약간의 회의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나.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회담의 성과를 평가절하하고 있는데.
▲윤영관교수=공화당이 민주당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일부 공화당 내 강경파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파월 국무장관이 클린턴 정부의 협상 결과를 받아서 (북미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발언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암시로 해석된다. 검증 문제는 새로 부각된 게 아니다. 클린턴 행정부 때의 북미 미사일 회담에서도 검증이 핵심이었다.
질적 변화로 볼 필요는 없다.
▲윤덕민교수=공화당은 북한에게 주기 위해서는 검증할 수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협상에 들어가면 꼭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핵 문제는 제네바 합의가, 미사일 문제도 협상의 틀이 만들어져 있다. 향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샅바 싸움'의 측면이 있다.
▲윤영관교수=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현실주의자이며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점들이 긍정적이 측면이 아닌가 생각한다. 북한 문제를 놓고 미국은 물론 한국 내에서도 '환상에 빠져 있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그 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NMD 와 관련된 입장 문제는 정리된 것으로 볼 수 있나.
▲윤덕민교수=공동발표문에 '새로운 형태의 위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는 표현이 있다. 이는 (우리정부가) NMD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추진 중인 NMD는 패권전략 또는 중국ㆍ러시아 고사 전략이 아니다.
미사일 기술의 확산으로 '실패한 국가'가 손쉽게 미사일을 갖게 돼 여러 나라에 새로운 위협으로 대두되는 만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제한적인 미사일방어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안보 정책을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간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향후 북미 미사일 협상을 어떻게 전망할 수 있나.
▲윤덕민교수=북미 미사일협상에서의 문제는 세가지로 정리된다. 장거리미사일 개발 및 미사일의 수출 문제는 클린턴 정부에서 이미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실전 배치된 미사일 문제가 미결 상태인데 이는 궁극적으로 돈으로 귀결될 것이다.
(북한은) 외국으로부터 재원을 끌어들여야 한다. 제네바 합의 같은 또 하나의 틀이 구축될 가능성이 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조속히 협상을 할 것인지, 시간을 두고 할 것인지는 쉽게 예측키 어렵다. 미국은 NMD를 2005년까지 제한적으로 설치할 생각인데, 이는 본토까지 도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 시기를 그 때로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알래스카에 레이더 기지를 착공해야 하는데 러시아 등을 설득할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런 측면을 고려하면 북과 빨리 협상을 시작, 북미 관계가 급진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영관교수=북미 미사일협상과 관련, 얼마 전 파월 국무장관도 긍정적 요소가 있다고 언급했다. 협상을 재개할 경우 기대 이상으로 진전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윤영관교수=남북 정상회담에 한미 공조가 중요한 측면 중 하나인 만큼 이번 회담이 2차 남북 정상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정부가 구상 중인 평화선언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여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덕민교수=동감이다. 남북 관계의 진전에 미국의 영향은 적지 않다. 우리 기업의 활발한 대북 투자를 위해서는 먼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야 한다. 한미 공조라는 것이 성공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상당히 중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특별히 주목한 점이 있다면.
▲윤영관교수=한미 안보동맹이 중요함을 재확인했다. 안보동맹이라는 말이 10년전과 지금은 의미가 다르다. 지금은 과거의 냉전적 한반도 주변 질서가 풀려가는 시기다. 국제 관계의 변화 과정에서 혼란이 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한미 안보동맹의 강조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
미국과의 관계는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와 같을 수가 없다. NMD, ABM과 관련해서는 전략적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자리매김을 잘해야 한다.
정리=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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