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여행은 꽃여행이다. 화려한 색깔과 은은한 향기를 기대하며 봄을 찾아가는 여행은 행복하다. 이른 봄, 화사한 풍경 속에서 지난 겨울의 기억을 털어낼 수 있는 꽃동네를 꼽아본다.●남해도(경남 남해군)
19번 국도를 타고 섬진강을 떠나 약 30여 분 남쪽으로 달리면 그림 같은 다리와 만난다. 남해도(경남 남해군)로 건너가는 남해대교이다. 이 다리는 해마다 봄이면 몸살을 앓는다.
섬 전체에 벚꽃이 뒤덮이기 때문이다. 3월말 벚꽃이 만개할 즈음이면 다리 전체가 교통이 마비될 정도다.
남해도는 '주저 앉으면 그곳이 명승'이라고 이야기될 정도로 아름다운 곳. 돌봉우리인 금산과 불교의 3대 기도터로 꼽히는 보리암, 호수처럼 잔잔한 상주해수욕장이 있다. 스스로 정해놓은 절경이 38가지에 이른다. '금산 38경'이라 불린다.
벚꽃 터널은 남해대교를 건너자마자 시작된다. 다리에서 고현면 탑동에 이르는 약 8㎞ 구간이 가장 아름답다. 길 곳곳에 차를 댈 수 있는 빈 터가 있다.
남해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해안도로 드라이브. 섬 전체를 에두르는 1024번 지방도로이다. 길은 바다와 바짝 붙어 달리다가 절벽 위로 솟구치기도 하면서 계속 바다를 바라본다. 남면의 사촌해변, 월포해변 등 앙증맞을 정도로 작고 아름다운 바닷가에 닿을 수 있다.
금산 산행도 해볼 만하다. 국립공원의 대부분 등산로가 봄철 산불방지를 위해 5월말까지 출입이 통제되지만 금산의 등산로는 개방된다. 약 4.6㎞로 3시간 정도가 걸린다.
한려해상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55)863-3521
흐드러진 동백 붉은 자태
●선운사(전북 고창군 아산면)
백제 위덕왕 24년(577년)에 검단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 금산사와 더불어 전북 내 조계종의 2대 본사이다.
창건 당시는 89채의 절집과 3,000여 승려가 수도하던 대찰이었다고 한다. 정유재란 때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고 현재는 본사와 도솔암, 참당암, 동운암, 석상암만이 남아있다.
선운사의 상징은 동백꽃이다. 동백은 짙푸른 잎 사이에서 선홍색으로 핀다. 꽃이 지는 모습이 처연하다. 꽃잎이 마르지 않고 송이째 툭 떨어져 나무 아래에 쌓인다.
떨어져서도 붉은 자태를 한동안 잃지 않기 때문에 여인의 절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지금 한 두 송이씩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꽃은 5월 중순까지 볼 수 있다. 동백을 잘 볼 수 있는 곳은 산 중턱에 있다. 대웅전마당을 벗어나 선다원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다. 약 300㎙를 오르면 작은 암자가 나타나는데 암자 부근의 동백이 가장 흐드러지게 핀다.
선운사에는 동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운산 계곡을 중심으로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특히 봄에 꽃을 피우는 것들이 많다.
땅에 빼곡하게 밀생하며 파란색의 꽃무더기를 만드는 개불알풀꽃, 다섯개의 노란 꽃잎이 앙증맞은 개구리자리, 귀족적인 모습의 개별꽃 등을 볼 수 있다. 선운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63)5630-3450
사라져가는 우리꽃 보존
●한국자생식물원(강원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
두메 양귀비, 가는잎 구절초, 해오라기 난초, 이질풀, 솜다리.. 이제는 그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우리 토종 꽃들이다.
오대산 자락 월정사 길목에 자리잡은 한국자생식물원은 사라져가는 우리 토종식물 1,000여 종을 한 데 모아놓고 기르는 곳이다.
1999년 문을 열었다. 주인인 김창열씨가 1983년부터 직접 씨앗을 받고 생육법을 연구하면서 일구었다. 3만 3,000여 평의 부지에 실내전시관, 야외전시장이 들어서 있다.
실내전시장에는 분경, 분화관, 생태사진 전시관, 실내 조경관 등이 마련돼 있고, 야외전시장에는 우리 꽃을 자연스럽게 돌면서 감상할 수 있는 꽃동산과 등산로를 만들었다.
모두 돌아보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자생식물에 대한 각종 자료를 모아놓은 카페는 꽃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다. 아직 바깥에는 겨울기온이 남아있지만 실내는 꽃향기가 넘친다.
해마다 봄이면 봄꽃 전시회를 연다. 올해에는 4월 초부터 5월 초까지로 계획돼 있다.
입장료를 내는 대신 꽃분재를 사야 구경을 할 수 있다. 우리꽃의 대중적인 보급을 위해서이다.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에서 월정사로 향하는 6번 국도변에 있다. 오대산호텔(옛 킴스클럽)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간판이 보인다. (033)332-7069
권오현기자
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