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가 악화하더라도 우리나라에 큰 영향이 없으며, 국내 경기 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가 진단하는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이다.
전 총재는 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본경기의 악화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나 경상수지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엔화 환율이 상승할 경우 원화 환율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큰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전 총재는 "일본 경제가 악화할 경우 일차적으로 일본의 수입 수요가 줄어 대일본 수출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계량경제 모형에 따르면 엔화 환율이 5% 상승하는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10억달러 정도 악화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는 그러나 "일본 경제가 장기간 침체된 모습을 보여왔고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불과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의 콜금리 동결과 관련, 전총재는 "앞으로 두어 달은 더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가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경제상황에 따라 추가 인하 여부를 검토하겠다'던 지난달 초보다는 여유를 갖는 표정이다.
전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제조업평균가동률, 산업 생산 등 지표들이 더 이상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다 최근 통계청과 재계에서 나온 통계 지표들이 경기 호전을 시사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 기대지수는 지난해 12월 82.4%에서 올 1월 89.7%로 상승했다. 또 전경련 기업경기 실사지수는 2월 83.0에서 3월 102.4로, 상공회의소 기업경기 실사지수는 1ㆍ4분기 63에서 2ㆍ4분기 100으로 각각 상승했다.
결국 전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은 콜금리 인하를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 총재는 시중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는 은행 대출금리와 관련 "대출금리는 전적으로 은행들이 판단할 문제지만 대출시장이 경쟁이 심화돼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렀던 가계 대출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