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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2001 싸이버 스페이스 오디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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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2001 싸이버 스페이스 오디쎄이

입력
200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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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에 사는 한 중학생이 초등학생 동생을 살해했다. 인터넷 게임 '조선협객전'에 심취한 상태에서 동생을 게임의 캐릭터로 착각해 살해했다는 것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도끼를 실제로 구입해 범행에 사용했다.인터넷은 과연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가.

'2001 싸이버 스페이스 오디쎄이'는 낙관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인터넷 혁명론에 대한 따가운 일침이다.

사이버 중독이나 벤처 기업의 몰락 같은 눈에 띄는 현상을 넘어, 인터넷을 통해 전자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정보가 공유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까지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비트(bit)가 물질을 대체함으로써 새 세상을 연다는 미래학자 네그로폰테의 '디지털 신화'에 대한 조용한 반란이다.

책은 홍성욱 미국 토론토대 종신교수, 백욱인 서울산업대 인문학과 교수 등 국내 학자 7명과 로렌스 레식 스탠퍼드대 법대 교수 등 외국 학자 3명의 글로 구성됐다.

젊은 여성을 위한 웹진 '달나라 딸세포'의 운영자들도 한 편의 글을 보탰다.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들은 인터넷 세상에 대한 비판자로 나선 것일까.

홍성욱 교수가 첫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인터넷은 열린 세상을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글에서 인터넷 발전사 속에 숨겨진 '닫힌'세계관을 꼼꼼하게 들춰냈다.

인터넷의 초기 개념이 1950~60년대 구 소련 공산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 군부에 의해 추진된 점, 공룡기업 IBM이 당시 대형 컴퓨터 시장을 '독점'한 점 등이 인터넷의 '닫힌'세계관을 규정했다는 것이다.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고루 분산돼 민주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환상을 무참히 깨뜨린다.

그는 나라별ㆍ지역별ㆍ개인별 정보 격차의 심각성을 고발한 뒤 정보습득의 격차는 곧 소득 격차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허울뿐인 닷컴 신화의 붕괴, 죽음까지 부른 사이버 중독 등 저자들이 끄집어내는 암울한 인터넷 세상은 끝이 없다.

저자들은 그러나 인터넷 세상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1960년대에 "컴퓨터가 민중에게 다가온다"고 외친 급진운동가에게서, 그리고 개인용 컴퓨터(PC)의 보급으로 권력이 분산될 것이라고 믿은 낙관론자에게서 '열린'세상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인터넷의 열린 부분을 이어가고 닫힌 유산을 역사의 뒤편으로 보내는 일이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할 일이다."(홍성욱 교수)

홍 교수가 말하는 '열린 세상'은 로렌스 레식 교수의 '소프트웨어 코드 공개운동', 백욱인 교수의 '네트를 통한 시민불복종운동', 달나라 딸세포의 '여성적 글쓰기 운동'으로 구체화한다.

인터넷 사이트의 성 착취구조에 딴지를 건 달나라 딸세포는 "인터넷은 여성이 '아이 생산'이라는 남성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진정으로 민주적인 공간"이라고 추켜세운다.

결국 이들의 신랄한 사이버 공간 비판은 인간이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터넷 세상에 대한 실천적 대안 찾기인 셈이다.

이들이 끝내 절망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 교수가 다시 한번 묶인 매듭을 푼다. "열린 인터넷 세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대안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다.

권력과 자본에 맞서 크고 작은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를 통해 현실세상을 개혁할 수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적이고도 진보적인 실천 방안이다."

홍성욱 백욱인 등 지음, 창작과비평사 발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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