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1,000여년에 걸친 갈등과 반목이 해소될 길이 열렸다. 그리스 정교회 지도자들이 7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그리스 방문을 허용, 양 교파가 화해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그리스 정교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12인 최고종교회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포용의 정신 하에 가톨릭 교황에 대해 '안된다'고 말하기를 원치 않는다"며 교황의 그리스 방문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최고종교회의는 교황의 방문은 성지순례에 국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의 그리스 방문은 5월 초로 계획된 시리아와 몰타 방문과 연계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바오로조아킨 나바로-발스 바티칸 대변인은 그리스 정교회의 이날 결정에 대해 "전 기독교적인 의미에서 환영한다"며 교황의 구체적 그리스 방문계획을 곧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로마 가톨릭 사상 교황으로는 처음 그리스를 방문하는 요한 바오로 2세는 1054년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로 갈라졌던 '대분열(Great Schism)'과 1204년 십자군의 정교회 본산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 점령 등으로 깊어진 상처를 치유하는 첫 걸음을 내딛는 셈이다.
교황은 사도 바울의 족적을 둘러보기 위해서 그리스 방문을 희망해왔다. 그리스 정부가 이미 국가원수 자격으로 아테네를 방문토록 교황을 초청했지만 교황은 그리스 정교회의 동의를 동시에 바랐다. 인구 1,060만명중 98%가 정교회 신도인 그리스는 정교회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교황의 그리스 방문에는 잡음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정교회 사제연합은 교황을 "대 이교도" "두개의 뿔이 달린 로마의 괴물"로 묘사하면서 대대적인 항의시위가 교황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스 정교회 신자들은 "바티칸 주도하에 저질러진 공격과 오만의 역사에 대해 사죄할 것"을 요구하며 교황의 그리스 방문을 반대해왔다.
1999년 5월 처음으로 동방정교회권인 루마니아를 방문한 교황이 5월 그리스 방문을 성사시키면 러시아 정교회에도 영향을 미쳐 교황의 모스크바 방문도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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