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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현실 속의 철학 철학 속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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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현실 속의 철학 철학 속의 현실

입력
200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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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대한 비판은 아들이 져야 할 운명적 몫이다.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대목이지만, 비판해야 할 권위 있는 아버지조차 없다면? 이는 주체적 성숙의 기반마저 없는 형국이다.한국 현대 철학계도 마찬가지 처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문적 식민성의 자리에서 어쩌면 고아처럼 떠돌았는지 모른다.

김석수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쓴 '현실 속의 철학 철학 속의 현실'(책세상 발행)은 이런 의미에서 한국 현대 철학계의 의미있는 시도로 보인다.

동서양 철학을 종합하며 20세기 한국 현대 철학의 중심에 있었던 박종홍(朴鍾鴻ㆍ1903~1976)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해 본격적 비판을 가한 것.

일제 강점기에 마르크스주의에 친화적인 실존주의 사상으로 '저항적 실천'을 강조했던 박종홍은 해방 이후에는 태도를 바꿔, 실용주의와 실존주의의 종합을 통해 '건설적 실천'을 주장하며 유신 정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자였다.

국민교육헌장 기초위원으로 유신체제 정당화에 기여했고, 1970년대 대통령 교육특보를 역임했다. 이에 대해 애써 무시하거나 혹은 잘 모르거나 아니면 후배로서 존경과 찬사를 늘어놓는 현실은 서양 철학 소개에 치중한 학계의 고아의식의 한 단면에 다름 없을 것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여기에 닿아있다. 자생철학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박종홍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도다.

당연히 져야 할 아들의 몫인 셈이다. 저자가 특히 박종홍에 주목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그가 철학의 추상성을 극복하는 '현실과의 대면', 철학의 식민성을 극복하기 위한 '주체성의 확립'을 철학적으로 제시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박종홍의 철학에 대해 "민족 억압의 시대에는 '저항하는 힘의 철학'을, 민족이 가난하던 시대에는 '건설하는 힘의 철학'을 추구했다"며 "일관된 관점은 힘있는 철학이었다"고 정리한다.

하지만 "현실을 강조했던 그의 현실 파악은 여전히 추상적이고 파토스적인 낭만성을 내재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철학 속에서 현실을 파악함으로써 현실에 함몰돼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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