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출범초 정부내 요직을 장악했던 '중경회(中經會)' 멤버들이 무대밖으로 사실상 퇴장했다. 간판멤버인 이진순(李鎭淳)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7일 차기 원장 경선에서 강봉균(康奉均) 전 재정경제부장관에 패배함에 따라 중경회는 이제 정부내에서 그 실질적 맥이 끊어지게 됐다.이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야당시절부터 경제브레인 역할을 해왔던 개혁성향의 학자그룹으로, DJ노믹스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던 인물들이다.
중경회의 출발은 화려했다. DJ정부 첫 인사에서 ▦청와대에 김태동(金泰東) 경제수석과 신봉호(申鳳浩) 경제비서관 ▦행정부는 윤원배(尹源培)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국책연구소에선 이진순 KDI원장, 이선(李?) 산업연구원장, 김효석(金孝錫)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장현준(張鉉俊)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양병무(梁炳武)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등이 포진했다.
하지만 김태동 수석은 정책기획위원장으로 빠진 것을 필두로, 윤원배 부위원장과 신봉호 비서관이 대학으로 돌아갔고, 김효석 원장은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 이선 원장은 개인적 사유로 퇴진했으며, 중경회의 상징성이 강했던 이진순 원장까지 이번에 물러나게 됐다.
중경회는 왜 중도하차했을까. 하나의 해석은 개혁이상만 있었을 뿐, 이를 현실경제에 접목할 전략이 없었다는 '학자로서 태생적 한계론'이며, 또다른 해석은 현 경제팀을 주도하는 보수적 관료그룹에 의해 의도적으로 배제됐고, 결국 그들과의 파워게임에서 패배했다는 '관료책임론'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반(反)관료적 성향의 중경회 출신들은 관료그룹과 잦은 마찰을 빚었고, 그 때마다 이들의 자리는 관료들로 채워졌다는 사실이다.
중경회 출신외에도, 김유배(金有培) 전 복지노동수석, 김성훈(金成勳)전 농림ㆍ김영호(金泳鎬) 전 산업자원부장관 등 현 정부에 참여했던 개혁적 학자출신들은 대부분 물러났고, 그 자리는 현재 관료출신으로 대체되어있다.
"구조개혁과 기득권 타파의 단초를 제공했다." "현실성없는 이상론으로 정책혼선만 가져왔다." "관료그룹으로 가득찬 현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개혁은 없다." 중경회의 퇴장에 대한 평가도 이처럼 엇갈린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