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8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인식과 북한 핵 및 미사일문제 접근에서 양국의 이견이 드러났다고 분석하고 정부에 한미간 대북정책 공조 강화, 주도 면밀한 대북정책 구사 등을 주문했다.■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원 차관
양측은 총론에서는 원만히 합의를 이루었으나 각론에서는 상당한 과제를 남겼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대북정책이 확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열렸기 때문에 한국 입장을 듣고 기존 한미동맹 관계를 재확인하는 데 역점을 둔 듯하다.
남한의 주도적 역할 등 공동발표문 내용은 원칙적인 것들이다. 중요한 대목은 북한지도부에 대한 미국의 회의와 투명성 문제가 부각됐다는 점이다. 각론에 대해 미 행정부는 과거 클린턴 정부와 다른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차가 드러날 수 있으며, 미국의 대북정책 확정 후 진행될 북미간 미사일 협상도 남북관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회담 전 양측간 쟁점은 햇볕정책 평가, DJ 이니셔티브, 미사일, 제네바 핵합의 등이었다. 회담을 통해 햇볕정책 평가와 DJ이니셔티브, 제네바 합의 문제에서 양측은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미국은 미사일 문제에 관해 투명성을 강조했다. 미국 주장의 골자는 북한 지도부를 믿지 못하겠으니 미사일문제를 보다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것이고, 해법으로 '합의+검증'을 들고 나온 것이다.
양측의 견해차는 한반도에서 전쟁상태를 종결 짓자는 우리 정부의 목표와 일반국가간 관계를 상정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만을 우선 제거하려는 미국 목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이 2차 남북정상회담의 역할을 긍정 평가한 부분은 미국이 남북정상회담을 꺼릴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다.
■ 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
미사일 문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그간 미국측이 얘기했던 것을 반복한 수준이다. 초첨은 미국이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받을 지 여부다.
지난해 10월 북한 조명록(趙明祿) 특사의 방미로 마련된 북미 공동성명 등을 부시행정부가 어떻게 평가하고 어느 수준으로 정책에 반영할지가 주목된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클린턴 행정부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클린턴 정부의 성과를 전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뉘앙스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회담 후 남북관계는 단기적으로 예정된 수순을 밟으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추진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북미관계 진전이 지체되면 남북관계 역시 불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유호열(柳浩烈) 고려대 교수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남한 지지라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 현재 진행 중인 남북대화 등에서 한국 입장을 지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문제를 예정된 수순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국제정치적 환경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은 대북한 불신과 함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등에 관한 철저한 검증을 강조, 향후 북미관계가 예전 같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직접적으로 북미관계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며, 간접적으로는 남북관계 속도에 대해서도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2차 남북정상회담 전 미국과 의제를 충분히 조율하고, 특히 북한의 재래식 문제 등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에 관해서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