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초중량급 인사인 강봉균(康奉均) 전 재경부장관이 선출됨에 따라 향후 KDI의 역할과 위상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우선 최근 불거진 정부-KDI간 갈등관계가 해소될 계기가 마련됐다. 실제 지난 해부터 KDI는 회사채 신속인수, 부실기업 퇴출 등 주요 구조개혁 현안마다 정부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해왔고, 청와대와 재경부는 KDI에 노골적 불만을 표시하며 '정책 파트너'그룹에서 배제해왔다.
경제팀장까지 지낸 강 전 장관이 '격'을 깨고 KDI원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현 경제팀 수뇌부의 이런 '문제의식'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강 신임 원장은 "KDI는 정부 정책이 경제논리를 벗어날 경우 가차없이 비판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을 체계적으로 뒷받침 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료출신 원장 취임과 KDI의 비판기능이 원만한 조화를 이룰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강 전 장관이 '국민의 정부' 경제정책의 골격을 입안했던 당사자인 만큼 정부에 대해 '쓴 소리'를 하기는 쉽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강 전 장관이 교수출신인 이진순(李鎭淳) 현 원장과 2차 투표까지 가는 진통끝에 선출된 것도 이를 반영한다.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정부측 인사 5명과 민간인사 10명(교수 8명, 언론계 1명, 업계 1명) 등으로 구성돼 있어 일부 교수출신 이사들이 1차 투표에서 제동을 걸었다는 얘기다.
■康원장 일문일답.
-KDI와 정부의 역할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
"KDI는 보다 긴 안목을 가지고, 순수 경제논리에 의해 정부 정책에 대한 이론적ㆍ실천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정부 정책이 경제논리를 일탈할 경우 가차없이 비판도 해야겠지만, 정부 정책을 체계적으로 뒷받침 하는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
-KDI의 비판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데 대한 견해는.
"정부 정책에 대해 사후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사전적으로 비판ㆍ충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비판은 자제해야 한다."
-KDI의 향후 운영방향은.
"KDI가 외환위기 이후 실천적 대안제시가 부족해 그 역할이 약화한 게 사실이다. 앞으로 KDI를 우리나라 최고의 '싱크탱크'로 재도약 시키겠다.
이를 위해 민간경제연구소의 경쟁논리를 도입하고 공무원들이 당연히 해야할 과제를 KDI에 떠넘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유병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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