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8일(한국시간) 정상회담은 각론의 이견 보다는 총론의 합의에 초점을 맞춘 공조 확인의 자리였다.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지지하고 한미 양국이 대북 공조를 확고히 유지키로 한 합의는 그 동안 제기된 이견설을 일단 불식할 만 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국 정부의 추진 방향과 일치한다""김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 두터운 신뢰감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에 앞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노선이 강경일변도만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파월 장관이 안나 린드 스웨덴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북정책과 관련, "클린턴 행정부가 남겨놓고 떠난 곳에서 시작할 것"이라며 "협상테이블에 있는 일부 유망한 요소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유연한 대처를 시사해주고 있다.
우리 정부도 성의를 보였다. 한러 정상회담 후 쟁점으로 등장한 국가미사일방어(NMD) 문제에 대해 김 대통령은 '관련국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전제로 깔았지만 "이를 추진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시적 지지는 아니지만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회담 결과를 '의구심과 우려의 불식''정상간 신뢰구축'으로 압축했다.
한 당국자는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정책방향을 충분히 이해했고 양국 공조의 틀을 조기에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론의 합의가 각론에 그대로 적용된다고는 볼 수 없다. 부시 정부는 여전히 '힘의 우위'를 기반으로 한 세계전략을 펴 나가고 있으며 북한에 대해서도 핵의 투명성 확보와 검증, 대량살상무기 위협의 감소 등에 우선순위를 두는 접근을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한 것도 역설적으로는 남북관계의 진전, 북한의 변화 여부를 좀더 지켜보겠다는 유보적 입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북한이 하나 변하면 한국이나 미국도 하나를 줘야 한다'는 식의 엄격한 상호주의는 아니더라도 '일방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신축적인 상호주의마저 포기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접근법을 바꾸기 보다는 한반도 상황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어떤 전략이 유효한 지를 따져볼 것으로 전망된다.
선언적으로는 김 대통령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지지하겠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으로 시작되는 남북관계의 진전 상황을 통해 북한의 변화여부와 진의를 검증해보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