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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워치] NMD, 어리석은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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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워치] NMD, 어리석은 논쟁

입력
200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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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가장 우스꽝스러운 물건은 무엇일까. 온갖 이상야릇한 것을 떠올리겠지만, 이 퀴즈의 정답은 핵무기다. 단 두 차례 일본인 몇 십만 명을 한꺼번에 살상하는데 사용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니, 이렇게 쓸모 없이 위험하기만 한 물건은 앞으로도 다시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반핵론자들은 이런 핵무기를 잔뜩 쌓아둔 채,?안보와 평화 전략을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는 어리석음을 개탄한다. 이들에게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 방지노력의 초석인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제한협정도 기묘하다.

이 협정은 방어체제를 완비하면 보복 두려움 없이 선제공격 유혹에 빠지고 공격 무기 경쟁을 촉발하므로 서로 수비를 조금씩 만 하자는 합의다.

핵전쟁이 겁나면 공격무기를 줄이고 없애면 될 게 아니냐는 상식과 분명 어긋난다. 여기서 핵에 관한 모든 논쟁은 이성이나 논리와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우리 사회가 얽힌 ABM 협정과 국가 미사일방어체제(NMD)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안팎의 보수세력은 한ㆍ러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ABM 협정의 유지ㆍ 강화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은 미국의 NMD 계획에 반대한 것이고, 이는 한ㆍ미 동맹을 위협하는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는 무지한 오해거나, 의도적 왜곡이다. 문제된 표현은 협정유지를 원하는 러시아의 입장과, NMD를 위한 협정개정을 '강화'라고 주장하는 미국의 논리를 타협해 두 나라가 이미 사용한 것이다.

이걸 잘 아는 미국 언론이 '한국이 NMD에 반대했다'고 떠든 것은 한국이 논쟁에 끼어 든 사실 자체를 시비한 것이다. '타산지석'이 있다. NMD에 부정적인 독일 국방장관도 러시아에서 ABM 협정을 언급했다가 미국 언론에 호되게 당했다.

그 뒤 독일 정부는 ABM 협정은 당사자인 미국과 러시아가 해결할 문제라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잘못이 있다면, 러시아와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미국과 성명을 냈으면,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보수세력까지 NMD의 타당성과 국익에 미칠 영향, 정부의 고민은 돌아보지 않은 채 미국에 반대하면 큰 일 날 것처럼 난리 친 것이다.

미국은 NMD로 북한 등 '불량국가'의 핵공격에서 미국을 방어하고, 러시아와 중국의 우발적 공격에도 대비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을 갖는다고 해서 미국을 향해 '자살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우발적 핵공격도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이게 객관적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그러면 미국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 불량국가를 마음놓고 제재하기 위해서라는 호의적 분석과, 경제적 이득을 노린 군ㆍ산(軍ㆍ産 )복합체의 음모라는 극단적 비판까지 있다.

그러나 설득력 높은 것은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고, 우호ㆍ 동맹세력을 결속시켜 세계질서 주도권을 굳히려 한다는 평가다. 러시아와 중국, 유럽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NMD 계획을 배신할 수 없는 친구가 강요하는 '독배'(毒杯)로 본다. 정치ㆍ안보적 독자행보가 어렵게 되고 막대한 비용부담이 따를 게 뻔하지만, 우호동맹 관계를 저嗤?수 없는 것이 고민이다.

이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는 러시아가 대미 협상용으로 내놓은 러-유럽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안에 솔깃한 체 하면서, 두 나라가 ABM 개정문제를 타협할 것을 권하고 있다.

NMD와 ABM 논쟁이 진정한 안보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에 따라 결론 날것으로 보고, 추이를 지켜 본다는 계산이다.

NMD에 얽힌 우리의 국익과 고민은 유럽보다 훨씬 크고 심각하다. 이런 처지는 아랑곳 없다는 듯이, 한ㆍ미 동맹에만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다.

전쟁과 평화의 문제는 너무나 중대해 정부와 전문가에게 내맡겨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학자들이 정부 아닌 미국의 논리를 추종하는 것은 도대체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사회가 함께 심각하게 따져 볼 일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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