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중견 드라마 작가들의 화려한 봄 나들이가 시작된다. 방송가에서 역량 있는 작가로 인정받는 박정란(60) 박진숙(54) 이금림(53) 김정수(52) 문영남(42)씨가 새봄을 맞아 시청자와 만난다.최근 20~30대의 신세대 작가들을 내세운 트렌디 드라마의 범람에 따른 정통 홈드라마의 퇴조와 남성 작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사극 붐으로 중견 여성 작가들의 입지가 좁아진 듯했다.
하지만 이 여성 작가들은 15~30년 동안의 집필을 통해 탄탄한 대본과 삶의 진정성을 담보한 내용으로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KBS에서 24일 방송하는 이금림씨의 '푸른 안개'부터 6월 박진숙씨의 작품까지, 중견 작가들의 브라운관 행진은 계속된다.
'은실이' '지평선 넘어' 로 잘 알려진 이금림씨는 이전의 작품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주말극 '푸른 안개' 는 40대 남자에게 어느날 찾아온 20대 여성과의 사랑으로 인해 겪는 기쁨과 아픔을 그린다.
이경영과 이요원을 주연으로 내세운 '푸른 안개' 는 중년 남성의 심리묘사에 초점을 맞춰 드라마를 전개한다. 영화 '데미지' 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4월초 SBS와 MBC에서 각각 방송하는 일일 연속극은 장르는 다르지만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공통점이 있다.
'울밑에 선 봉선화' '백정의 딸' 등 중후한 주제의 작품으로 명성이 나 있는 박정란씨가 집필하는 SBS 일일극 '소문난 여자'(가제)는 1940~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이다.
어려운 집안의 여성(강성연)이 돈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남성과 결혼한 뒤 이혼하고 의연하게 삶을 일궈가는 줄거리다.
'바람은 불어도' '정 때문에' 로 일일극 부문에서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던 문영남씨가 쓰는 MBC 일일극 '결혼의 법칙'(가제)은 요즘 급증하는 중년의 이혼과 재혼을 다룬 가족 드라마다. 고두심 한진희 정혜선 윤미라 등이 주연으로 중년의 삶을 그린다.
역대 시청률 5위를 기록한 '그대 그리고 나' 와 중년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파도' 로 눈길을 끈 김정수씨는 1년 6개월만에 새 작품을 선 보인다.
5월초 방송을 시작할 MBC주말극 '그 여자네 집' (가제)은 성격이 상반된 사촌자매를 내세워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
이상을 쫓는 언니(김남주)와 현실을 중요시하는 동생(김현주)이 일과 사랑에 접근하는 상이한 방식을 보여준다.
'그래도 사랑해' 후속으로 6월부터 방송될 SBS 주말극(제목 미정)은 '마당깊은 집' '아들과 딸' 등 한국의 전통적 정서를 바탕에 깐 서정성 높은 드라마를 써 온 박진숙이 극본을 맡았다.
박씨는 아버지와 세 아들 등 남자만 사는 가정에서 펼쳐지는 해프닝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경쾌하게 드라마를 꾸밀 예정이다.
여성 작가들이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는 이전 자신들의 작품세계와 상당히 다르다. 주로 이혼이나 사별, 불륜 등으로 해체돼버린 가정을 중심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금림씨는 "작가들이 요즘 급증하는 이혼 때문에 파편화한 가족이 너무 많아 이 문제를 많이 다루는 것 같다" 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박정란(4월 SBS '소문난 여자), 박진숙(6월 SBS 주말극), 이금림(24일부터 KBS2 '푸른안개'), 김정수(5월 MBC '그 여자네 집 ), 문영남(4월 MBC '결혼의 법칙')
배국남기자
knb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