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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 바이어블코리아 이철상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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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 바이어블코리아 이철상 사장

입력
200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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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창출이나 산업의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제조업이 국가경제의 근간이 돼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1990년대 초반 서울대 총학생회장,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에서 연간 매출 250억원의 벤처기업가로 변신한 바이어블코리아 이철상(李澈相ㆍ34ㆍ사진) 사장은 1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제조업 벤처의 중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제는 벤처 가운데도 옥석을 구별할 때라는 것.

유통이나 서비스보다 제조위주의 실물, 단발성 사업이 아닌 기간산업, 응용ㆍ조립품 보다는 첨단부품소재와 관련한 벤처가 제대로 육성돼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운동권 출신의 이 사장이 지난해 코스닥 등록을 마친 바이어블코리아를 설립한 것은 97년. 대학 졸업 후 재야 운동단체인 전국연합에서 활동하다 결혼과 함께 다가온 생계 문제로 고민하던 끝에 우연한 기회에 휴대폰 배터리의 시장성을 발견하고 무작정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대 응용화학부 오승모 교수의 도움으로 일본 소니에 이어 세계 2번째로 기존의 리튬이온 전지를 채용한 배터리에 비해 폭발 위험이 적고 성능도 우수한 리튬폴리머 전지를 개발한 것은 행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공급계약을 따내고 양산체제를 갖추기 까지는 제조업을 한다는 고난을 감수해야 했다. 덕분에 사업초기 월 1만개에 달하던 배터리판매는 4년만에 15만개로 불어났고 매출액도 10배 가까이 늘었다.

매출이나 이익규모 면에서 사업은 일단 안정 궤도에 진입했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당장 LG와 삼성SDI 등이 동일한 폴리머전지를 들고 배터리 시장에 진입했고 일본 업체들이 가격인하로 맞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개발로 국내 폴리머전지 시장의 비중을 확대하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주력한다는 게 바이어블코리아의 전략. 이미 브라질과 미국에 현지법인을 세운 상태지만 세계 최대의 통신시장인 중국 공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또 전지개발의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기자동차, 노트북 등으로 제품영역을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몽골의 광물 원자재 수입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이 사장은 "정보통신 사회에서 제조업을 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인데 1차산업으로 회귀한다고 비웃는 사람도 있다"고 털어놓지만 산업의 근간이 생산과 제조에 있다는 신념은 흔들림이 없다.

코스닥 등록(2000.10.10) 당시보다 주가가 떨어져 재산이 줄긴 했지만 최근 주가 기준으로도 이 시장은 200억원대 자산가. 운동권 시절 '돈 많은 사람이 1억원쯤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던 기억을 떠올리며 재야단체에 대한 도움을 잊지 않고 있다.

종업원 300여명 가운데 대부분이 생산직 직원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제조업 벤처를 택했기 때문에 사회변혁에 대한 이상도 유지할 수 있었던 셈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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