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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IT도시들] (13)소피아 앙티폴리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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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IT도시들] (13)소피아 앙티폴리스<상>

입력
200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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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휴양도시에서 첨단산업단지로'.지중해의 쪽빛 바다(코트 다쥐르)에 접한 프랑스의 대표적 휴양도시인 니스와 칸, 앙티브는 이제 휴양 도시로 불리길 꺼린다. 이들 지역의 배후에 유럽 최고의 첨단산업단지(테크노 폴리스)인 '소피아 앙티폴리스'가 있기 때문이다.

소피아 앙티폴리스의 운영회사인 SAEM의 크리스티앙 카브롤 마케팅 담당 이사는 "관광산업의 수익이 대부분이었던 이곳 지방 정부들의 수입 중 최근 소피아 앙티폴리스로부터 나오는 수익금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게 됐다"고 강조한다.

입주 기업들이 지난해 지방정부에 납부한 세금만 1억4,000만 프랑(250억원)에다 임대료와 고용창출 효과 등을 포함하면 그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는 설명이다.

니스에서 칸쪽으로 자동차로 20여분 달리면 구릉 위의 숲속에 띄엄띄엄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대학 캠퍼스 같은 이곳이 바로 프랑스가 1960년대부터 공들여 키워온 소피아 앙티폴리스다. 면적이 무려 2,300㏊에 달하며, 현재 50여개 국의 1,2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코트 다쥐르 개발청 홍보 담당인 카트린느 장티씨는 "현재 2만 1,000여명이 단지에서 일하고 있으며 매년 800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피아 앙티폴리스의 주력 산업은 정보통신과 서비스 및 제조업.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산업과 닷컴을 비롯한 벤처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전체 고용인력의 43%인 9,000여명이 297개의 정보통신 기술 관련 기업과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정보통신 산업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다른 한편으론 '텔레콤 밸리'로 통한다. 알카텔, IBM, AT&T 등 60여 정보통신 관련 회사들은 1991년 결성한 친목단체 '텔레콤 밸리 어소시에션(TA)'을 통해 지금은 제 3세대 통신장비 등에 대한 공동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자크 그로스 TA 회장(IBM 프랑스 사장)은 "정보통신 업체들간의 기술 공유와 공동 연구 개발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이 곳만의 독특한 업적"이라고 말했다.

입주 기업 중에는 프랑스 텔레콤, 에어프랑스 컴퓨터센터, 알카텔 스페이스 등 국내 기업은 물론 IBM, 컴팩, 시스코 시스템스, 루슨트 테크놀러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속해 있다. 외국 기업은 전체 기업 중 10%인 110개로 유럽과 미국이 중심이다.

또 프랑스 국립정보기술자동화연구소(INRIA), 유럽 통신표준연구소(ETSI), 독일 만네스만의 차세대 자동차연구소 등 70여 개의 연구소들도 한 축을 차지한다.

소피아 앙티폴리스가 유럽 최고의 첨단산업단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 및 지방 정부의 과감한 지원 덕택이었다.

관광 산업으로 한계를 느낀 알프스 마리팀 데파르트망(한국의 도 개념)은 1972년 프랑스 정부의 지역개발위원회(CIAT)로부터 남부 유럽의 경제개발의 중심지로서의 첨단산업단지 개발 허가를 받았다.

이후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지역 상공회의소 등 3자는 소피아 앙티폴리스 개발에 총 6억 유로(6,850여억원)를 투입, 기반시설을 건설한 뒤 적극적으로 기업과 외자를 유치했던 것이다.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최근 단지 규모를 2배로 확대하고 4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소피아 앙티폴리스=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창업보육기관 CICA

소피아 앙티폴리스에는 요즘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프랑스의 젊은 인재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알프스 마리팀 데파르트망이 10년 전에 설립한 국제교류센터(CICA)에 문을 두드리기 위해서다.

CICA는 건평 14,000㎡의 9개 동의 건물에 고속 네트워크 및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창업보육(인큐베이팅)기관. CICA는 벤처 기업이 연구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사업상 필요한 행정 업무의 대행은 물론 벤처 캐피털의 자금을 유치해주고 대기업의 프로젝트도 연결시켜준다.

저렴한 임대료와 편리한 시설로 인해 최근에는 벤처 기업들의 입주신청이 폭주하고 있다. CICA의 장 루이 제저 이사는 "사업계획서를 엄격히 심사, 입주기업을 선발하고 있다"며 "대부분 기업의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경영능력과 공동연구 기여도를 심사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CICA에는 60개 회사가 입주해 있으며 2년 동안 머물 수 있다. 최근에는 CICA 산하의 과학ㆍ기술자 교육기관인 유레콤 출신들이 창업한 기업들의 입주가 늘고 있다.

CICA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으로는 프랑스 인터넷 검색엔진의 대표적 업체인 '브왈라(Voila)'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캐스티파이 네트워크 등이 꼽힌다.

■SAEM 마케팅 담당이사 크리스티앙 카브롤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자연발생적인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달리 인공적으로 건설된 첨단산업단지다.

소피아 앙티폴리스를 운영하고 있는 SAEM의 크리스티앙 카브롤(55) 마케팅 담당 이사는 성공 원인을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편리한 교통과 통신, 천혜의 자연 환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알프스 마리팀 데파르트망은 1972년 자연친화형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이름도 그리스어로 지혜를 뜻하는 '소피아'와 앙티브의 옛이름인 '앙티폴리스'를 결합해 지었다.

이에 따라 전체 면적의 3분의 2를 녹지로 지정했으며, 건물의 고도는 물론 건물과 도로로 사용되는 부지를 총 면적의 10%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여기에다 최적의 근로 환경을 유지하고,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단지 내에 4개의 골프장과 호텔 등 위락시설뿐 아니라 인터내셔널 스쿨 등 충분한 교육시설을 갖추었다.

카브롤 이사는 "교통과 유럽 최고의 통신시설은 기업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요소"라고 거듭 강조한다. 니스는 도심내의 국제공항이 전 세계 33개국 95개 지역으로 연결된 항공교통의 중심지이다. 또 단지 내에는 2개의 인공위성망과 광통신망, 155Mb 급 초고속 ATM 네트워크가 설치돼 있다.

근로자 대부분은 영어에 능통해 프랑스의 고질인 언어 문제가 없고, 인건비도 경쟁국에 비해 저렴하다고 카브롤 이사는 자랑한다.

공장자동화 설비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아소피아의 도미니크 랑발레 대표이사는 "임대료가 비교적 비싼 편이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훌륭한 기반시설을 보고 이 곳을 선택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외국인 기술자들이 계약기간이 끝나도 소피아 앙티폴리스를 떠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파리 같은 대도시에 기반을 두지 않아 대형자본 유치와 산학연계의 어려움, 지방정부간의 갈등 등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단지의 명성과 함께 연구기관과 대학의 입주, 세수 증대 등으로 극복되고 있다고 카브롤 이사는 설명했다.

/소피아 앙티폴리스=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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