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왜 TV에 안 나오느냐고 물으면 "못생겨서 안 나간다"고 대답해요. 처음엔 노래 보다는 얼굴을 따지는 풍토 때문에 방송을 기피한 것도 사실입니다.하지만 감정 뿐 아니라 혼으로 노래를 부르는 김범수라고 실력을 인정 받게 되면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그게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요."
'얼굴없는 가수' 김범수(22)는 두 개의 전쟁을 치른다. 하루에 7, 8시간씩 노래 연습하는 것이 하나고, 매스컴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다른 하나다.
23~25일 예정된 공연도 2,000석 전석이 매진됐지만 4월로 미뤘다. 이 때 공연에서는 카메라는 일체 입장할 수 없는 '비밀' 공연 형식으로 치를 예정이다.
지독히 못생긴 것도 아니다. 조금 위로 치켜 찢어진 눈이 아니라면 귀염성 있는 얼굴이다.
그러나 이제는 오기가 생겼다. "제가 욕심이 좀 많은 편이예요. 이전에는 없었던 가수, 빌보드차트에도 오르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이미 '보고 또 보고' 등 몇 편의 드라마에 쓰였던 '약속'으로 노래에 감동한 팬들이 많이 생겼다. 지난해 가장 많이 애청된 '애절한 발라드'를 꼽으라면 '약속'이 빠질 수 없다.
2000년 발표한 데뷔앨범이 10만장 가량 팔렸으니 데뷔 앨범으로는 성공한 셈이다. 죽은 김현식과 한 소절씩 부르는 형태로 구성된 김현식 추모 음반의 '비처럼 음악처럼'에서도 그의 기량이 만만찮다.
"김현식 선배의 경지에 이르려면 아직 너무 먼 것 같았다"는 게 그의 말이지만, 묵직한 김현식에 맞서는 그의 기교도 놀랍다.
박화요비의 다음번 음반의 듀엣곡도 일찌감치 예약을 받아 두었다.
늘 주목받는 가수였지만 최근 뚜렷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지난주말 TV를 통해 방영되기 시작한 뮤직비디오 때문이다.
'가을 동화'로 유명해진 송혜교ㆍ송승헌 주연의 '하루' 뮤직비디오는 드라마에서처럼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그렸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한 이 9분짜리 뮤직비디오는 방영 직후 하루에 7,000~1만장씩 팔린다.
얼마전 나온 그의 두번째 음반은 '아티스트'가 아닌 '보컬리스트'로서 김범수의 매력에 집중했다. '사랑이 날 또 아프게 해요'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하루'(채정운 작사ㆍ 윤일상 작곡)는 R&B를 가장 좋아한다는 김범수의 매력이 잘 살아있는 애절한 발라드이다.
'눈물과 바꾼 사랑'(최희진 작사ㆍ신인수 작곡), '하루만 더'(양재선 작사ㆍ 김형석 작곡) 등 신곡은 모두 데뷔 시절 김건모보다 약간 곱고 더욱 애절한 보컬 맛이 꽉 찬 곡들이다.
'별이 진다네' '그대 내게 다시' '사랑이 저만치 가네'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등 1980, 90년대의 히트곡을 되살렸다. 리메이크 곡 비중이 큰고, 지나치게 발라드 비중이 큰 점이 아쉽지만 보컬의 매력만은 부인할 수 없다.
김범수는 곧 대만에 진출, 라이브 콘서트도 가질 예정이다. '숨기 전략'은 국내용이다.가창력 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우리 풍토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자기 보호책인데, 우리 가요계의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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