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과학 논쟁 중 아인슈타인가 하이젠 베르크가 벌인 것 만큼이나 흥미진진 한 것도 없다. 우주 현상과 미래에 관해 "이미 결정된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인다" "아니다. 우연에 의해 지배된다"고 공방을 벌인 1920년대 물리학계의 대논쟁이다.불가지론(不可知論)에 가까운 하이젠베르크의 이론(불확정성 이론)을 끝내 거부했던 아인슈타인의 명구(名句),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로 당시 논쟁은 더 유명하다.
▦하이젠베르크에게 결국 노벨상을 안긴 이론의 요체는'외부 관찰력에 이해 입자(粒子)운동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경제학 등 사회과학 분야에세도 이 같은 착상에서 여러 이들이 훗날에 대두된다.
금융재벌 조지 소로스가 자주 강조하는 '재귀의 원칙(reflexive principal)'도 그중 하나다. '시장에서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는 관찰자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이다.
▦미국의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이 분야의 최고봉이다. 관련 일화도 재미있다. 그는 95년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상금의 절반을 이혼한 전처에게 뜯겼다.
전처가 89년 이혼서류에 서명하면서 '95년 10월말 이전에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상금의 반을 내놓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루카스 자신이 주장한 '합리적 기대가설'의 한예이다. 일찍부터 그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에 전처가 그런 조건을 내세운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루카스 이론이 국내에서 새삼 화제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루카스를 언급하며 경제심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야당측이 엊그제 반박자료까지 냈다.
현상황에서 낙관은 금물이며, 합리적 기대이론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야당의 논지다. 이쯤 되면 국민들도 헷갈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정부와 정치권이 제발 국민들 만큼이나 합리적인 처신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요즘 광적인 교육이민 열기 같은 것도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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