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새만금사업을 동진강 유역과 만경강 유역으로 분리해 추진키로 한 것은 현 상태로 도저히 수질을 잡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정부내에서도 이뤄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그렇다고 사업을 전면 중단0 경우 일어날 엄청난 파장을 감안한다면 '부분 유보'는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마지막 타협책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환경부가 "어떤 대책을 강구해도 수질개선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데다 해양수산부도 갯벌 보전을 이유로 사업의 유보를 공식 건의하는 등 정부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이 타협책도 그대로 실현될 지 불투명하다. 특히 분리 추진할 경우 새로운 비용부담에 따른 경제성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물건너간 수질대책
수질문제는 정부로서도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환경부가 총리실에 제출한 수질예측자료에 따르면 만경강 수역의 경우 축산폐수의 완벽한 관리 등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재원조달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대책까지 모두 적용해도 총인(T- P)농도가 연평균 0.103ppm으로 수질목표인 4급수(0.10ppm) 달성이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만경강 상류지역은 1년중 한달여간은 COD(화학적산소요구량)과 총인(T- P)이 모두 수질등급외 수준인 12.3ppm과 0.235ppm으로 나타나 호소생태계를 결정적으로 위협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악의 경우 COD가 21.6ppm까지 육박, 시화호에 해수유통을 시행하기 전인 97년 3월의 26ppm 수준에 접근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특히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한 주요 취수지점에서는 녹조현상을 야기하는 엽록소(클로로필-a)의 농도가 거주인구 감소 등 추가대책을 감안해도 38.6~66.1㎎/㎥로 조류경보(기준 25㎎/㎥)가 상시 발령될 정도다. 한마디로 죽은 호수로 변할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 분리개발 방안도 문제
만경강 유역은 해수를 유통해 개발을 유보하고 동진강 유역만 간척사업을 실시하더라도 '경제성'이 걸림돌이 된다.
새만금사업에는 지난해말까지 방조제 공사에 1조1,385억원이 들어갔고 앞으로 총 3조27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분리개발을 위해서는 고군산도 신시도와 김제시 심포 사이에 21㎞의 방조제를 다시 쌓아야 하며, 이를 위해 2조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만경강 수질개선을 위해서도 1조4,000억원이 필요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다.
반면 분리개발할 경우 농지는 당초 2만8,300㏊에서 1만3,200㏊로 절반이하가 된다. 이 때문에 농림부는 내심 새 방안이 탐탁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강둑과 같은 방수제를 각각 40㎞, 99㎞ 쌓은 뒤 만경수역에 대해서도 당초 계획 대로 사업을 강행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이 경우 이번 당정의 대책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기만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정부內 '찬반 두목소리'
새만금간척을 둘러싸고 물밑에서 벌어져 온 각부처간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3일 해양수산부가 전면적인 개발유보를 건의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총리실에 제출했음을 밝힌데 이어 5일 환경부 농림부 전북도도 보고서 전문을 공개했다.
4개부처가 총리실에 제출한 1차보고서(지난해 12월)와 2차보고서(올해초)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는 개발자체를 전면 유보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고, 농림부와 전북도는 보완해서 계속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보고서에서 "갈수기에 만경강 수역을 중심으로 수질이 5급수나 등외등급으로 떨어져 농사를 제대로 짓기 어려운데다, ▦호수 물의 해양배출 ▦하수처리시설 완비 등 추진주체의 보완대책도 불충분하고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양수산부 보고서는 갯벌의 가치가 크다는 각종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환경부와 마찬가지로 "훼손이 조금이라도 덜 진행된 상태에서 공사를 유보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사업중단시 방조제 유실 등 재앙발생 우려에 대해서는 "보완 및 보강공사로 현상태 유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농림부와 전북도는 "만경강 수역의 수질이 일시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겠지만 연평균 4급수를 유지하는 만큼 농사용으로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며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건의했다.
또 새만금 유역은 공단이나 도시가 없어 시화호와는 다르다는 점과 인공수초 설치 등 보완책으로 수질개선이 상당부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여야 '재검토 한목소리'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정부가 관련자료를 공개한 5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환경부조차 수질오염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한 만큼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민주당 의원들도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여야 의원들이 이처럼 한 목소리를 낸 것은 환경부가 이날 공개한 '새만금호 수질보전대책 수질추가예측 결과'를 통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거나 재원조달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대책을 모두 적용해도 만경수역 수질은 5급수 수준"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오세훈(吳世勳) 의원 등은 "정부와 민주당이 5일 당정회의에서 환경시비가 큰 만경수역은 뒤로 미루고 동진강 유역에 새 방조제를 추진키로 했다는데 사실이냐"며 "사실이라면 엄청난 혈세로 또 한번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락기(金樂冀) 전재희(全在姬) 의원은 "환경부가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히지 않아 사업강행이 결정될 경우 새만금 사업은 환경파괴만 초래한 시화호 사건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박인상(朴仁相) 의원도 "총리실은 환경부의 1차 수질 예측결과가 나쁘자 조사지역 가축 수를 줄여 예측하고 농촌인구를 절반 이상 줄인 뒤 재조사를 지시했으나 그 결과 역시 농업용수 수질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재검토를 건의했다.
같은 당 이호웅(李浩雄) 의원은 "새만금 사업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정부 내에 새로운 민ㆍ관 합동기구를 구성, 의견수렴 과정을 더 거쳐 최종결정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김명자(金明子) 환경장관은 "새만금 사업의 어려움은 양 극단의 의견이 혼재한 것"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히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강하게 말할 수록 일 처리가 어려워진다"며 비켜나갔다.
김 장관은 또 "정부가 사업추진으로 방향을 정하고 발표시기만 고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결코 아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시원스런 답변을 얻지 못한 의원들은 12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하고 6시간만에 김 장관을 놓아주고 산회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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