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구적 패권 포석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는 미국의 영토, 특히 본토를 외부의 미사일위협으로 방위하겠다는 '자위(自衛)'의 개념을 명분으로 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가 이 제안을 처음 내놓을 때 북한을 비롯한 소위 '깡패국가들(rogue states)'의 위협을 강조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깡패국가는 냉전 체제 이후 새로 등장시킨 미국의 적(敵)개념이고, 따라서 이를 근거로 추진하려는 NMD체제는 냉전체제 이후 국제 군사 및 안보질서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미국의 전략구상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전임 빌 클린턴 정부와 달리 부시 정부는 집권 직후 정책과제의 순위에서나, 국가적 자존심으로나 NMD관철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미 행정부의 정책 브레인들은 미국이 월등한 군사기술과 경제력, 그리고 동맹체제로 냉전에서 승리했듯이 탈냉전 후에도 이것들을 유지ㆍ강화하는 것을 세계경영의 한 방법으로 믿는 듯하다.
미국은 또 NMD의 개발 과정이 국방산업에서 출발한 인터넷처럼 새로운 기술혁신의 모태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이다.
NMD는 미 본토를 향해 날아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대륙권 밖에서 55인치(1.4m) 크기의 요격미사일이나 적외선 레이저 등으로 파괴하는 우주과학기술의 총화로, 각종 민간산업에도 적용돼 상상을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여지가 크다.
특히 NMD는 공화당의 유력한 후원자로, 냉전이후 재래식 무기 개발의 한계에 봉착한 자국내 군산복합체에 활력을 열어줄 것이 확실하다.
이미 지상발사 로켓 개발을 위해 60억 달러를 수주한 보잉은 물론이고 레이시온, 록히드 마틴, TRW 등은 향후 수 십년간 잠정적으로 1,200억 달러가 소요되는 NMD 시장 덕분에 호황을 보장받을 수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완벽한 3차원 NMD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2,400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NMD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러시아 등 외부의 반대가 아니라 오히려 미국내의 합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NMD를 추진하기 전에 동맹국은 물론이고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와 동시에 "어떤 국가도 미국에 중지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NMD구상의 논란을 어떻게 정리해 갈 지를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세계적 미사일질서 규율에 대한 '합의'인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 체제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괴하려 한다는 우려나, 이 구상이 과연 실전화 할 만큼 기술적으로 가능한가의 문제 등에 대해 미국내에서도 회의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지상·해상·우주발사 전지구적 NMD구상
NMD의 구체적인 시스템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1차 국방전략 보고서가 나오는 4월 이후에나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클린턴 정부가 추진해온 '제한적 방어' 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존의 계획은 알래스카에 2006년까지 100기의 요격미사일을 우선 배치한다는 것이지만, 지상은 물론이고 해상 공중 우주발사를 혼합한 전지구적 NMD를 구상중인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행정부는 1995~99년 미사일 방어예산 170억 달러 중 120억 달러를 요격미사일과 우주 배치용 적외선 탐지위성 개발에 투입했다. 이 가운데 대기권인 25㎞ 상공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어트(PAC-3)미사일은 실전 배치됐다.
이지스함에 탑재할 요격미사일(SM-2블록 IVA)도 2003년부터 배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100㎞이상의 고고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지역 방어(THAAD) 시스템, 이지스함에 탑재할 해상요격미사일(NTWD)은 2007년 배치가 목표이나 실험은 여러 차례 실패했다.
미 국방부는 그동안 3차례 시도 중 2차례 실패한 지상 요격실험을 이달초 재개하고 5 ,6월께 공중발사된 모의 핵미사일을 격추하는 실험에 본격 돌입하는 등 향후 21차례의 요격연습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NMD는 아직 다양한 기술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미사일 발사국이 교란물체를 이용하거나 여러 개의 위장 미사일을 쏘아올릴 경우 요격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탄도미사일방어기구(BMDO)의 로널드 캐디시 국장은 "2004년까지 많은 실험을 하더라도 NMD 시스템이 계획대로 작동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고, MIT의 미사일 전문가 테오도르 포스톨 교수는 "과학적 기만"이라고 혹평했다.
■"新 군비경쟁 초래" 러,反NMD 선봉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국가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중국, 유럽국가들을 선도하며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 준수와 범유럽 공동미사일방어망 구축 등 2개의 카드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NMD 반대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우선 러시아는 NMD가 1972년 러시아와 미국간에 체결된 ABM 조약에 위배되는 것이며 이는 새로운 군비경쟁을 유발시켜 러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 나아가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크게 위협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NMD가 방어용 시스템이긴 하지만 필연적으로 공격용 신무기의 개발을 촉발시킬 것이며 결국에는 우주 군비경쟁으로까지 비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러시아가 NMD 대안으로 제안한 범유럽 공동미사일방어망은 NMD 추진에 회의적인 유럽 국가들을 끌어들여 NMD 반대 진영을 굳히자는 시도로 분석되고 있다.
'유로-프로'로 알려진 이 구상은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NMD와 달리 미사일 위협에 취약한 지역을 옮겨 다니며 외부로부터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이동식 전술 미사일 방어망이다.
러시아의 구상은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보다 진보된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S-400 미사일로 사정거리 3,500km 이하의 미사일을 방어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이란, 이라크 등의 미사일 공격에서 중ㆍ남부 유럽은 보호할 수 있지만 북부 유럽은 여전히 위협에 노출되며, 미국은 제외된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유럽에서 NMD 지지를 분명히 한 나라는 영국뿐이다. 독일은 기술이전 조건으로 NMD를 지지할 수도 있다는 시사를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러시아 구상에 흥미를 보이는 등 모호한 입장이며,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NMD에 회의적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미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열세한 핵 전력이 NMD로 유명무실화할 것을 우려, 가장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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