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핵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과 관련, 1991년 안면도에 대한 후보지 철회이후 11년째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데 반해 영국 스웨덴 등 선진국들은 핵폐기장을 관광 명소이자 지역사회의 일터로 일구고 있다.영국 런던에서 서북쪽으로 300마일 떨어진 천혜의 휴양지 셀라필드. 눈덮힌 산과 시원스레 펼쳐진 호수가 W. 워즈워드의 생가를 에워싸고 있는 이곳 한켠엔 원자력단지와 핵폐기물 처리장이 자리잡고 있다.
드럼통을 운반하는 트럭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풀을 뜯고 있는 양떼의 한가한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셀라필드 원전단지는 주변 환경뿐 아니라 지역사회와도 상생(相生)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원전단지 고용인력의 80%가 셀라필드 지역주민이고, 하청업체 역시 90%가 지역업체다.
원전 운영업체인 BNFL사는 매년 영업이익과 관광 수익의 일정 비율을 수도ㆍ 전기ㆍ도로 등 지역 인프라 구축에 쓰고 있으며, 원전 운용상의 사소한 고장이나 실수도 반드시 공표하는 정책으로 지역주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160㎞ 떨어진 발트해안 웁살라지역의 포스마크 원전단지는 스웨덴 원전에서 발생하는 모든 중ㆍ저준위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관리회사인 SKB가 1973년부터 10년동안 타당성 조사를 거쳐 폐기장으로 확정한 곳이다.
이 곳은 영국과 달리 해저 60㎙ 암반에 4.5㎞의 동굴을 뚫어 폐기물을 처분하는 '해저동굴 처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배편으로 부두에 도착한 페기물은 분류과정을 거쳐 해저동굴로 운반된 뒤 영구 보관된다.
이곳 역시ㆍ철도ㆍ항만ㆍ전기ㆍ수도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이 확충되면서 주민편익이 증대됐고, 주민 6,000명 가운데 1,000명이 원전단지에 고용됐다. 92년부터는 매년 2만5,000명의 방문객도 유치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 핵폐기장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끈질긴 홍보와 원전 운영에 대한 투명한 공개.
스웨덴 SKB사 부 구스타프슨 부사장은 "얼마든지 안전관리가 가능하며, 지역사회가 유ㆍ무형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핵폐기장 운영에서 투명ㆍ공개 행정으로 주민들에게 신뢰를 쌓는 게 요체"라고 말했다.
실제 갤럽 조사결과 스웨덴 국민의 85%가 자신이 사는 지역에 처분장을 건설해도 좋다는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폐기물 처리장 확보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우리나라도 결국 정부가 투명한 부지선정 절차와 안전성에 대한 홍보 강화 등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