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매너는 오랜 문화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잘못된 식사매너에 대해 막무가내 매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더불어 살아야 하는 국제화시대에서 식사매너는 공존을 위해 지켜야 하는 부분이고, 따라서 우리의 식사매너는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많은 외국인들은 식당에 입장하자 마자 불문곡직하고 허리띠부터 풀어 제끼는 한국인들을 보곤 대경실색한다. 설상가상 물수건으로 얼굴과 손은 말할 것도 없고 장딴지와 가슴팍의 땀까지 훔쳐내다 식사 도중 짬을 봐가며 발바닥을 슬슬 문지르는 장면에선 아예 두손을 들기 마련이다.
식사하는 도중에는 머리나 얼굴을 긁거나 만지는 것, 물론 뜨거운 국물이 많은 우리나라 음식문화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소리를 내 먹는 것도 매너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식사하는 도중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최대 지름 60cm의 동심원이라는 사실도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예절이다. 시비는 대개 상대방의 구역을 침범할 때 생기기 마련이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물건이 필요할 때는 종업원이나 옆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원칙이다.
종업원을 부를 때 큰 소리로 하거나 손가락을 퉁기는 행동은 금물이다. 졸지에 식당의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특히 손가락을 퉁기는 행동은 로마의 귀족사회에서 요강을 비우기 위해 노예를 부르는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안다면 왜 종업원의 얼굴이 터미네이터처럼 굳어지는 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식사 도중 휴대폰은 꺼두는 게 원칙이다. 또 식당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갈비 가위나 냉면 가위도 문제다. 담이 약한 서구인들이나 일본인들은 종업원이 불쑥 가위를 들이 밀면 혼비백산하기 마련이다.
식탁문화와 매너의 방향성은 험악한 그림을 연상시키는 일들은 무대 뒤로 돌리는 쪽으로 진화했다. 노버트 엘리어스는 '인간은 교양을 획득한 대신 자연을 잃었다'고 개탄하지만 어떻게 대세를 거스를 수 있으랴! 비상한 머리를 활용해 덜 그로테스크한 가위를 개발하거나 고기를 미연에 장만해 내오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식당에서 식사매너를 지키지 않았다고 패가망신을 당할 리는 없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자연인으로 살기를 고집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왕따나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손일락 청주대 호텔경영학과 부교수
*다음 회에는 경제평론가 김방희씨가 '월드컵과 경제'를 주제로 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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