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도입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무기도입선을 다변화해야 합니다."군 내외에서 이구동성으로 터져나오는 목소리다
정권의 입김에 하루 아침에 기종이 바뀌고 국방 장관이 여성 로비스트에게 놀아나는 난맥상이 계속된다면 10조원이 더 들어가는 이번 '빅4'사업마저 결과가 뻔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육ㆍ해ㆍ공군 나눠먹기식 안된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1년도 안되는 기간에 수조원씩에 달하는 4개 대형 사업의 기종결정이 한꺼번에 몰린 것은 군별 '제 밥그릇 찾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육군의 대형공격헬기(AH-X)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
공군과 해군의 전력 증강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자칫하다가는 사업이 아예 중단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육군측이 이 사업을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군사전문가들은 "육ㆍ해ㆍ공 각 군별로 무기수요를 제기해 추진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군과 민간 전문가가 공동으로 총체적인 계획을 세워 무기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지나친 미국 의존 이제 그만
미국 국방부 폴 월포위츠 부장관 지명자는 최근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한국의 차세대전투기(F-X)는 미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우리 무기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혈맹' 미국이 그동안 보여온 행태를 보면 이제 그들의 '자신감'을 깨줘야 할 때가 됐다.
예를 들어 미 정부는 품질과 부품공급 등을 보증하는 FMS(해외군사판매) 방식으로 무기를 판매해 놓고도 M48전차, AH- 1S 헬기 등의 부품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가 하면 10년치 부품을 일괄구매하라고 강요했다.
심지어 일부 부품은 뜯어보지도 못하게 했다. 1991년부터 99년까지 이 방식으로 구입한 물자의 하자발생 규모는 1억6,638만달러(약 2,100억원)나 됐다.
핵심기술 이전에 극도로 인색한 것도 미국의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원가자료조차 제공하지 않는 FMS는 '눈뜬 장님식' 구매를 강요하는 불평등 시스템"이라며 "미국의 무기식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도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배우자
이스라엘은 우리 못지 않게 대미 군사의존도가 높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내 유대인 인맥을 통해 미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가 하면 군ㆍ민 합동으로 방위산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조기경보기의 중국 수출을 재추진하는 등 독자적인 세계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다.
98년도 미 상무부 연례보고서는 한국의 무기도입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개인적 친분, 지연, 학연, 권력을 동원한 로비를 통해 결정된다. 무기구매 장교들이 대부분 비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런 원시적인 수준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할까.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전문가 육성도 시급하다. -끝-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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