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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경쟁 치열' 개인병원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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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경쟁 치열' 개인병원이 달라진다

입력
2001.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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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강남구 신사동 '수(秀)치과'. 치과하면 '차갑고 음울한 드릴 소리가 나는 무서운 곳'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하지만 이 치과에 들어서면 "저~여기, 병원 맞나요?"라는 물음이 절로 나온다. 실제로 갤러리에 들어온 것으로 착각해 머뭇거리는 환자가 많다. 이 병원은 예술가들에게 병원 공간을 갤러리나 무대로 제공한다. 병원 로비에서는 환자들을 위한 실내악 연주회가 수시로 열린다.

#2 경기 분당의 '형(形)치과'. 매캐한 약 냄새는 어디에서도 맡을 수 없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안락한 대기실이 펼쳐지고 대형 스크린에서 신작 영화가 상영된다. 지역 주민들도 스스럼 없이 찾아와 차를 마시며 영화를 본다. 호출을 받을 수 있는 공중전화, 음료 코너, 팩스 등도 마련돼 있다. 어린이를 위한 게임기와 장난감도 가득하다.

진한 소독약 냄새와 하얀 건물. 전통적인 병원 모습이다. 하지만 요즘 개원하는 개인병원들은 마치 카페나 호텔 로비를 찾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인테리어에만 보통 수억 원을 투자한다. 유럽풍의 카페 분위기로 꾸미는 병원도 늘고 있다. 대기실 환자들에게 편안한 음악과 다양한 읽을거리, 음료수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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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양 화려할수록 진료비 더 내셔야죠"

개인병원이 달라지고 있다. 의사 수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병원에도 '경영'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지난 해 7월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는 7만 2,000명.

차별화한 병원을 만들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고객만족 '브랜드 네트워크'

서울의 고운세상클리닉은 피부과로 출발해, 지금은 성형외과, 모발의학센터, 피부관리실, 비만클리닉이 함께 하는 '토털 미용 전문병원'으로 성장했다.

개원 3년 만에 돈암점, 강남점, 분당점을 연 데 이어 부산 등 전국 대도시에 '고운세상' 브랜드로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안건영 원장은 "급변하는 의료환경에서 살아 남으려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한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의료와 고객만족 서비스를 통해 대형 종합병원과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대도시에 있는 국내 프랜차이즈 병원 1호인 예치과는 소형 병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성형외과, 한방 등 19개의 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홍보 및 섭외 코디네이터를 두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공동 홍보, 직원 공동 교육, 병원간 진료 정보의 교환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차앤박 피부과, S&U피부과, 이지함 피부과, 밝은세상안과 등 일부 피부과와 안과도 프랜차이즈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비스 철저 "영혼까지 감동"

장비는 첨단 디지털로 무장했어도, 서비스는 역시 아날로그여야 한다. 경북 안동병원은 국내 최초로 병원에 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곳. 철저히 의료진의 편의가 아닌, 환자 중심의 서비스를 실천하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짧은 시간이라도 무료함을 느끼지 않도록 대기하는 동안 '고맙습니다 코너'를 운영, 다양한 음료를 대접한다.

강당에는 대형스크린을 설치해 매일 무료로 영화를 보여준다. 독실이 아닌 입원실에도 개인 커튼을 설치해 환자의 사생활을 보호한다. 밤 10시까지 야간진료를 하고 365일 휴일 없는 병원을 운영하는 것도 특징. 입원 중인 환자가 사망하면 임직원이 분향에 참가하는 '합동 추모제'도 열고 있다.

영혼에게까지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의사가 입원실을 회진할 때도 병원 관계자가 함께 참여해 환자의 불편함을 꼼꼼히 살핀다. 이 때문에 전국의 병원마다 직원을 보내 사례 연구를 하느라 분주하다.

대학병원 능가 '전문화'

병원 전문화의 효시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우리들병원'. 1986년 부산에서 개업한 이상호 원장은 다양한 디스크 치료법을 도입하고 해외학회에 꾸준히 참여함으로써, 지금은 선진국 의사들도 연수를 올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척추 전문병원으로 키웠다.

자생한방병원은 독자적인 추나요법을 개발하고 적극적인 학회 활동을 통해 척추전문 한방병원이라는 독특한 이미지를 굳혔다. 이 병원은 양방과 협진체제를 운영하고 부설 연구소를 가동하면서 기존 한방병원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바꾼 대표적 케이스로 꼽힌다.

대장항문 전문인 대항병원, 송도병원, 한솔병원, 불임 전문인 차병원, 미즈메디병원, 함춘여성클리닉 등도 대학병원을 능가하는 전문병원으로 인정 받고 있다.

개원의 연합 '新 종합병원'

대학병원이 '백화점'이라면 개원가는 '구멍가게'에 불과하다. 올 해 들어 개원가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 분야의 개원의가 연합해 시스템을 통합하고 종합병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신개념 종합병원'이다.

첫번째 주자는 최근 결성된 '베스트 팀'. 피부과, 성형외과, 비뇨기과, 치과 등 10여 명의 의사가 연합해 환자가 자신의 건강차트를 휴대하는 'IC내장형 전자카드'를 도입했다.

베스트 팀 소속 병원을 방문하면 환자의 병력이 기록된 전자카드를 이용해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베스트 팀 소속 의사들은 연구모임을 운영하는 한편 마케팅과 의료기기 구매도 공동으로 해 관리비용을 줄이고 있다.

이미 피부과와 성형외과는 통합 클리닉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서울대 출신 피부과와 성형외과 의사 5명이 모여 만든 서울의 드림메디컬그룹은 피부관리를 포함, 미용에 관한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전문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지금처럼 한두 명이 운영하던 틀에서 벗어나 3명 이상이 함께 개원하거나 투자해 공동원장제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도 유행이다. 이지함피부과, S&U클리닉 등은 10명 이상의 원장이 있다. 규모의 대형화를 통해 초기 투자비를 분담하고 전문화를 기하려는 의도이다.

'홍보는 필수' 로고.캐릭터도

예치과, 밝은세상안과 등이 캐릭터를 만들어 병원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로고나 캐릭터를 만드는 병원도 늘고 있다. 전담 홍보인력을 두거나 홍보대행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고운세상피부과는 자체 홍보회사를 설립했고, 우리들병원, S&U클리닉 등은 홍보실을 발족했다. 인터넷을 통한 홍보나 무료 시술과 같은 이벤트도 보편화하고 있다.

최근엔 병원전문 홍보회사도 등장했다. 자체 홍보팀을 꾸리기 힘든 중급 규모의 병원과 전문 클리닉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홍보활동을 대행하는 것이다.

국내 최초의 병원전문 홍보대행사 '마콜'의 이윤희 실장은 "중급 병원이나 전문 클리닉이 대형병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는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적은 비용으로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홍보할 수 있어 갈수록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겉모양 화려할수록 진료비 더 내셔야죠"

주부 김모(58)씨는 올해 초 서울 상계동 A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김씨가 지불한 비용은 검사와 수술비를 포함, 모두 25만 원. 그런데 며칠 전 고교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의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의 모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은 그 친구의 남편은 90만 원 이상 들었다는 것이다.

수가계산이 간편한 질병에 대한 포괄수가제로 백내장 수술비는 어느 병원이나 13만 원으로 동일하다. 문제는 비급여 항목인 초음파 검사비가 지역별, 의원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미용 목적의 시술도 사정은 마찬가지.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 등 지역에 따라 크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같은 강남 지역이라도 쌍꺼풀 80만~120만 원, 코 높이기 100만~150만 원 선으로 편차가 심하다.

안과 전문의 박모(38)씨는 "최근 개업한 젊은 의사들 중에는 강남 지역의 부유층 고객을 노려 외양에만 치중하는 경우도 많다"며 "여러 명의 의사가 모여 호화판으로 꾸민 클리닉일수록 진료비가 비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호텔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비싼 임대료 등 투자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화려한 외모가 실력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피부과 전문의 김모(37)씨는 "고도의 의료기술이나 첨단 치료법이 요구되지 않는 간단한 미용 시술은 제대로 훈련을 받은 동네 의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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