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은행사나 행운당첨을 미끼로 신용카드번호를 알아낸 뒤 거액의 물품을 강매하는 수법의 '텔레마케팅 사기' 피해가 급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2일 경찰에 따르면 주부 김모(55ㆍ경북 안동시 금곡동)씨는 최근 어학교재판매사인 H사로부터 "휴대폰 행운의 번호로 당첨돼 중국어 교재를 사은품으로 보내주겠다"며 "신용도 조사에 필요하니 카드번호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얼마후 교재와 함께 68만여원의 카드청구서가 날아온데 놀란 김씨가 물품반송 및 계약취소를 요구하자 H사는 "위약금 6만8,000원을 내라"며 두달간 생떼를 썼다.
대학생 박모(22ㆍ여)씨는 지난해말 E사로부터 "휴대폰 행운당첨자 200명에 선정돼 괌 3박4일 무료여행권과 제주도여행권, 휴대폰 할인권을 제공하니 영어교재를 할인가에 구입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당초 24만원이라던 교재가로 총60만원이 카드로 결제됐고 여행권도 추가요금 15만원을 따로 내야했다.
다른 업체로부터 유사한 피해를 본 대학생 최승현(27)씨는 "카드결제금액이 애초보다 20만원이나 많았고 사진촬영권 등 사은품도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무료 회원가입 미끼도 흔히 쓰이는 수법. 직장인 문모(31ㆍ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씨는 "인터넷쇼핑 무료 할인회원에 선정됐으니 카드번호를 불러달라"는 Y사의 요청에 응했다가 주문도 안한 물품을 배달받고 회비 38만여원을 카드로 물었다. 문씨는 "위약금 10%를 낸 다음에야 겨우 회원가입을 취소할 수 있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1월 한달간 어학교재 관련 '행운당첨' 피해신고만 780건에 달하고, 인터넷에 '안티 사이트'까지 생겨날 정도로 피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단속에 나선 서울청 수사과는 이날 경품추첨에 당첨되었다고 속여 곽모(23ㆍ여)씨 등 252명에게 다이어트 건강보조식품 12억원 어치를 함정 판매한 K통상 대표 이모(39)씨 등 4명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업체들은 고객이 항의하면 '해당직원이 없다' ' 해약이 불가능하다' 며 처리를 미루고 대금의 10%에 달하는 위약금을 요구하기 일쑤여서 피해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백승실(白承實) 생활문화팀장은 "텔레마케팅 업체에 카드번호를 함부로 알려주지 말고 피해를 당했을 때는 청약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서를 카드사와 판매사에 즉시 보내라"고 당부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도 "텔레마케팅 피해를 막기위해 전화판매 계약조건 등을 마련하고, 일주일내 무조건 해약이 가능하도록 관련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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