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금융기관들의 폭리성 연체금리 실태를 정밀 조사키로해 이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예금금리가 연 5%대에 진입하는 등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조짐인데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기관의 연체금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초기 때와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서다.11개 국내 시중은행은 2일 현재 획일적으로 연 18~20%의 높은 연체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은행계정 대출은 연 18~19%, 신탁계정 대출은 연 19~20%의 수준이다. 시중금리가 연 20~30%에 달했던 IMF 초기에 연체금리가 25%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중금리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현재 연체금리는 거의 폭리에 가깝다.
연체금리 조정 시기도 은행별로 큰 차이가 없다. 1~2개 은행을 제외하고는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1999년 2~3월 일제히 연체금리를 소폭 내린 이후 지금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담합 의혹을 강하게 낳고 있다.
신용카드사나 보험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용카드사의 경우 삼성, LG, 국민, 외환 등 4개 메이저 카드사들이 모두 연 29%의 높은 연체이자를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비씨카드 회원은행들의 연체금리는 연 27~28%에 달한다. IMF 초기 연 32% 가량의 연체금리를 적용하다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99년 1~3월 3%포인트 가량만 인하했다.
삼성, 교보, 대한 등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도 약관대출 및 담보대출에 대해 연 19% 가량의 비슷한 수준의 연체이자를 물리고 있다.
담보 여부나 연체기간에 관계없이 동일한 연체금리가 적용되고 시중금리 변동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반면 외국계은행인 HSBC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대출금리(현재 연 7.9%)에 7%포인트를 얹은 연 14.9%를 연체이자로 물리고 있다. 연체금리가 대출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에 금리 변동을 그때그때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HSBC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최근 표본실태조사 결과 연체금리가 지나치게 높을 뿐만 아니라 담합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달 중 외부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겨 정밀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연체금리가 대출금리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준"이라며 "용역 결과 연체금리 수준이 적정치 못하다고 판단되면 시정명령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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