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내리막길을 걷던 자동차와 가전 등 주요 소비재 시장에 봄기운이 돌고, 백화점과 할인매장 등 유통업계도 최근 들어 두자릿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석유 등 산업 원자재의 소비도 늘어 국내 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서서히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금융시장 안정세로 돈이 도는데다 경기반등에 대한 기대, 업계의 신상품 출하와 적극적인 판촉 등이 상승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내수 위주의 중소 제조업계와 지방공단, 재래시장 등에는 여전히 '찬 바람'이 불고있고 주요공단의 가동률은 아직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3사의 지난달 내수판매는 7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현대자동차는 2월 한달 동안 5만1,004대를 팔아, 1월보다 21.2%나 증가했다. 특히 대표적인 내수 판매 차종인 중형차 EF쏘나타는 단일차종으로 6개월만에 1만대 이상 판매돼 지난해 7월 수준을 회복했다.
또 중대형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도 1월보다 17.7%나 증가한 1만6,189대가 팔려 산업수요가 살아나고 있음을 반증했다.
기아차도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전달보다 1.6% 증가한 2만6,733대를 판매했고, 부도상태인 대우차는 무보증 할부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29.3%나 증가한 1만8,908대를 기록했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도 올들어 완만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신장에 그쳤지만, 올해 1월 6.6% 성장한데 이어 2월에는 9.8%에 달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12월 1.2%로 미미하던 매출신장률이 1월들어 5.1%로 반등했고, 2월엔 2,14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8.1% 성장했다.
미도파백화점 상계본점은 1월 13.6%, 2월 29.0%로 올들어 연속 2개월째 두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김길식 차장은 "1ㆍ2월 매출 증가는 설 특수와 세일ㆍ사은행사 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고객들의 소비 심리도 점차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전 비수기인 1, 2월 중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리점 매출은 각각 마이너스 18%와 15%로 떨어졌지만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TV홈쇼핑 업체와 가전 양판점은 5만~10만원대 중저가 생활용품과 프로젝션TV 등 가전제품 판매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 활기를 띠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사와 혼수 등 매출이 증가할 만한 계기가 많아 앞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원 정문건 상무는 "실물지표가 뚜렷이 좋아졌다고 볼수는 없지만 올 1ㆍ4분기 들어 기업경기실사지수(BIS)와 소비자태도지수(CSI) 등 심리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며 "경기가 최소한 하락은 멈추지 않았느냐는 전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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