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민과의 대화 / "경제 재도약" 자신감 호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민과의 대화 / "경제 재도약" 자신감 호소

입력
2001.03.02 00:00
0 0

■국정운영 메시지는1일 이루어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자신감과 희망'이다. 김 대통령은 2시간 동안 여러 차례 자신감과 희망이라는 단어를 언급했고 "경제는 필연적인 기대가 좌우한다" "하면 된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자신감의 회복을 역설했다.

이 메시지는 우리 민족이 우수한 자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개혁을 하면 희망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자기확신이자 국민에 대한 다짐이었다. IMF 이후 외환위기 극복, 쉼 없는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나타난 개혁 피로증, 지쳐가는 국민, 소외된 사람들의 박탈감을 달래고 다시 한번 개혁의 고삐를 다잡자는 촉구이기도 했다.

자신감과 희망의 강조는 미래를 향한 낙관을 전제로 하지만, 현실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역설적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김 대통령의 현실인식도 그랬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잘된 점도 많았고 아쉬운 점도 많았다"는 모두발언은 미진한 부분에 대한 여운을 담고 있었다. 이런 아쉬움은 '미완의 개혁'을 완결형으로 만들자는 열의로 전이되고 있으며 그 수단이 자신감 회복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성과를 거둔 분야, 그렇지 못한 분야를 적시해 앞으로 역점을 둘 국정 현안들을 제시했다. 성과로는 외환위기 극복, 남북관계 개선, 정보강국 기반구축, 소외그룹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보 등을 예시했으며 부족한 점으로는 정치개혁의 미비와 정치불안정, 미진한 4대 개혁, 철저하지 못한 민생대책 등을 지적했다.

따라서 남은 임기 2년의 중점 과제는 여전히 경제개혁과 민생대책이 될 전망이다. 김 대통령은 "경제가 아직 어렵고 일부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좋아질 것"이라고 희망의 논리를 전개했다.

이는 세계 7대 순채권국, 5대 외환보유국, 120억 달러의 무역흑자, GNP 9.2% 성장이라는 긍정적 통계를 근거로 한 언급이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친 위기론과 위축된 경제심리를 불식시키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정치불안과 정치개혁의 미진을 지적한 대목은 그 상대적 개념이라 할 수 있는 '강력한 정부론'의 지속을 시사해주고 있다. 집단이기주의와 혼돈이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단언, 어떤 일이 있어도 민주주의 원칙 아래 법과 원칙이 엄정하게 준수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 등은 강력한 정국운영의 기조를 예고했다.

남북관계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는 가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루어지고 경의선이 복원되면, 우리가 대륙과 해양의 중심이 되는 한반도 시대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는 언급은 자신감과 희망의 극치였다.

김 대통령은 이 메시지를 현실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김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라는 표현을 수 차례 강조하는 대목에서 국민의 지지와 동참을 절실하게 원하는 바람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경제 운용방향

'민생문제 최우선적 해결과 중단없는 개혁' 김대중 대통령이 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제시한 향후 경제운용에 대한 메시지다.

김 대통령은 "개혁과정에서 국민들의 고통이 컸음을 잘 알고 있다"며 "올해 물가상승률을 3% 이내로 안정시키는 등 중산ㆍ서민층 생활안정에 경제정책의 최우선의 순위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구조개혁의 큰 틀은 마무리했지만 경기악화로 서민생계가 힘들어지고, 실업자수가 10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정운용의 중심을 민생안정에 두겠다는 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은 구조개혁의 성과에 대해 "4대개혁을 완성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경제 시스템의 토대를 세웠다"며 "경쟁력 없는 금융기관이 퇴출되고, 기업도 과거보다 투명성이 강화되면서 피치IBCA 등 외국의 신용평가기관들도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노동부문 개혁이 아직 미흡한 점이 있고, 아직 문제가 있는 기업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회생가능성 없는 기업에 대한 퇴출 등의 개혁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4대 부문 구조개혁의 데드라인으로 정했던 2월말은 어디까지나 '골격(하드웨어) 구축작업' 시한일 뿐, 구조조정 자체는 마침표를 찍어서도 안되고, 찍을 수도 없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설명이다.

김 대통령은 특히 김우중(金宇中) 대우그룹 전 회장의 처리와 관련 "분식결산 등으로 기업에 부실을 끼친 기업주에 대해서는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며 "노동자만 희생시키고 경영자는 봐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은 향후 경기회복과 관련 "2월말로 개혁의 틀을 잡았고 정보화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하반기부터 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고 미국경제가 좋아지면 우리 경제는 급속하게 회복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이모저모

1일 열린 네 번째 국민과의 대화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3년에 대한 중간평가를 받는 심정인 듯 시종 진지했다.

여론조사를 통해 선정된 질문들이 대부분 경제난, 실업대책, 민생문제 등 무거운 주제들인 탓인지 김 대통령에게서 이전의 대화와는 달리 웃음과 조크를 거의 찾아 보기 어려웠다. 방청석에서도 박수나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서두부터 "진솔하게 나라일에 대해 대화를 해 좋은 만남이었다는 생각을 갖게 하자"며 격식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 대화 내내 김 대통령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국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단문단답 식이던 이전 대화와는 달리 일반 질문자들의 질문 후 전문가들이 추가 질의를 하며 경제회생 낙관의 근거, 의약분업문제 등을 따지자 김 대통령은 "오늘 단단히 시험을 받는다"고 받아넘기면서도 현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국민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려는 모습도 보였다. 30대 실업자의 구직 호소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위로를 드린다"며 격려했고, 점포 임대료도 못 낸다는 자영업자의 한탄에는 "가슴이 아프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여성 중소기업인이 정부 부처 간 기업지원 정책 혼선 등을 따끔히 지적하자 "지금 저도 듣고, 정부 사람들도 방송을 통해 듣고 있을 것"이라며 즉석에서 시정을 약속했다.

30대 주부는 "작년에는 겨울에 반팔을 입고서도 도시가스요금이 9만 6,000원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긴 팔을 입어도 도시가스요금이 14만 5,820원이 나왔다"면서 영수증까지 내보이자 김 대통령은 "국제 유가가 올라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난감해 하면서도 "올해 물가를 3%이내로 억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통령은 내년 월드컵에서의 대표팀 성적을 묻는 질문에 "남들은 16강이라고 하지만 나는 8강, 우승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방청석에서 유일하게 폭소가 터졌다. 김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16강'을 '18강'으로 잘못 말했다가 수정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 민족은 반드시 난관을 해결할 수 있다. 21세기에는 창의력이 넘쳐 흐르고 모험심이 있는 민족이 성공하는데 바로 우리 민족이 그렇다"고 대화를 마무리하며 국민들에게 "경제도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