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밤하늘. 사막의 어둠을 뚫고 불기둥이 솟더니 이라크군의 스커드 미사일이 공중에서 불꽃놀이처럼 흩어졌다.미 지상부대의 수호신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전세계에 '몸값'을 알린 순간이었다. CNN 등에 보도된 화면을 보고 미 국민은 열광했다. 아군은 하나도 다치지 않고 적을 격파하는 '깨끗한 전쟁(Clean War)'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전승의 흥분이 식자마자 패트리어트는 걷잡을 수 없는 논란에 휘말렸다. 우선 유명한 장면은 실전 격추가 아니라 미군의 시범사격을 담은 것임이 밝혀졌다.
또 슈피겔지가 "이라크가 발사한 스커드 80발중 50발을 패트리어트로 요격, 49발을 명중시켰다고 발표됐으나 사실은 160발이 소요됐고 대부분 목표를 빗나갔다"고 보도한 후 언론의 각종 폭로도 잇따랐다. 급기야는 미하원 법률안보소위가 92년 4월 청문회를 열어 성능을 따지고 들었다.
패트리어트 논쟁은 지금 무대를 한반도로 옮겨 다시 점화했다. '값을 내리지 않으면 안사고 자체 개발하겠다.' '성능이 좋은 데 비싼 것은 당연하다.'
오는 9월께 결정되는 차기 대공미사일(SAM-X)사업을 앞두고 국방부와 제작사인 미 레이시온(Reytheon)사가 벌이는 배짱싸움은 시장바닥의 '바가지'와 '후려치기'를 연상할 정도로 치열하다.
SAM-X 사업은 2조500억원을 들여 2010년까지 '고물' 나이키를 대체하는 대공미사일 2개대대(40기)를 도입, 배치하는 것.
주한미군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2개 대대와 함께 전국 주요도시를 보호하는 대(對) 탄도탄 방어체계를 구축,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탐지에서 격추까지 45초안에 모두 끝낸다는 계획이다.
또 개량형 PAC-Ⅲ는 TMD(전역미사일방어)체제 가운데 '적극방어'개념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를 도입하면 TMD체제의 하층체계 무기를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레이시온사의 고자세다. 95년 첫 제안 때는 14억여 달러를 제시했다 99년말부터 22억여달러로 59%나 값을 올렸다. 설상가상으로 유일한 경쟁자인 러시아 S-300PMU1 미사일은 사업참여를 포기했다. 우리측은 '국산화'카드로 맞섰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시험평가를 거부하고 개발중인 중거리 대공미사일 K-MSAM으로 대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군 곳곳에서 '무용론'도 제기됐다.
한반도에선 북한 미사일이 날아오는 시간이 2~8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패트리어트가 공중에서 포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 북의 주요공격수단은 사정거리 50~70㎞로 수도권 이남까지 타격하는 장사정포이지만 패트리어트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앞서 92년 미 의회 청문회에서는 미 육군측이 패트리어트 요격률이 이스라엘에선 40%, 사우디에선 70%에 달했다고 보고했으나 일부 의원들은 명중률이 20%이하라고 평가했다. 걸프전 당시에는 조준오차로 군막사를 덮쳐 미군 28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레이시온사측은 허겁지겁 "한국측에 판매할 PAC-Ⅲ는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는 'Hit to kill'방식이며, 레이더 출력과 탄도변별력이 향상돼 걸프전 때와는 다른 모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값을 5% 내리고 추가인하도 가능하다고 한발 후퇴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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