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댄스표' 영화가 있다. '너스 베티(Nurse Betty)'가 그렇다. 부조리극 같은 현실을 까발리고, 카메라의 움직임이 도전적이다.'너스 베티'는 TV 드라마 '사랑할 이유'에 너무나 흠뻑 빠진 나머지 남편이 살해된 사실조차 잊어 버리고, 드라마 주인공을 찾아 텍사스 고향을 떠나 LA로 향하는 베티(르네 젤위거)의 이야기이다.
드라마에 빠진 한 여성을 조롱하고, 그녀의 자각을 그린 영화라면 이처럼 매력적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드라마 속 인물이라고 착각하는 베티는 드라마 주인공인 '닥터 데이비드'(그렉 키니어)를 만나 "6년 전에 우리가 헤어진 것을 너무나 후회하고 있다"며 눈물을 흘리고, 스토커로 몰리기는커녕 주인공과 함께 밤을 보내고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행운을 잡게 된다.
얼빠진 베티를 제 정신으로 돌리는 것은 드라마 세트장의 눈부신 조명이다. 고도의 가상성이 '현실'을 깨닫게 한다는 설정은 '아이러니'중에서도 고차원 아니러니이다.
베티의 남편을 죽인 킬러 부자 캐릭터는 더 재미있다. 겁주라는 아버지의 말을 잘못 알아 듣고 진짜 머리 가죽을 벗긴 것은 멍청한 아들이지만, 베티의 사진을 보고 사랑에 빠져 "순결한 그녀"를 외치며 환상에 빠지는 것은 아버지 찰리(모건 프리먼)이다. 감독은 신예 닐 라뷰트로 잘 짜여진 극구성으로 아카데미에서도 선전이 기대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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