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이 1일 세계 최대 규모의 마애 석불을 포함한 모든 불상의 파괴에 돌입, 인류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간다라 미술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쿠드라툴라 자말 탈레반 정보ㆍ문화장관은 이날 "불상 파괴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마애석불이 어느 정도 파괴됐는 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탈레반의 최고지도자인 모하메드 오마르는 지난달 26일 모든 불상을 이슬람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한뒤 파괴할 것을 명령했다.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군은 이날 카불에서 서쪽으로 150㎞ 떨어진 바미얀의 고대 불교 석상군에 대해 대대적인 파괴작업에 들어갔다. 현지 불교 석상군에는 높이 53m인 세계 최대의 사암(沙巖) 마애석불과 높이 37m의 대형 불상을 포함, 최고(最古) 서기 2세기경에 만들어진 문화재들이 포함돼 있다. 탈레반 군부는 또 카불, 가즈니, 헤라트, 자라라바드, 칸다하르 등지의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불상에 대해서도 파괴작업을 시작했다고 자말 장관은 밝혔다.
탈레반이 돌연 문화재 파괴에 나선 것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교시를 교조적으로 추종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과거 아프카니스탄에서는 불교 신앙이 허용됐으며 탈레반도 집권후 불상과 힌두교 유물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한 보존하겠다고 공언해왔었다.
탈레반의 문화유산 파괴행위에 대해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등은 즉각 외교적 압력을 통한 저지에 나섰다. 마츠우라 고이치로 유네스코 사무국장은 "세계적인 가치를 문화유산에 재앙을 맞고 있다"며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도 "탈레반의 행동에 대해 분개한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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