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신중해야 할 과거사 논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신중해야 할 과거사 논쟁

입력
2001.03.01 00:00
0 0

집권 민주당의 외곽연구소 부소장인 황태연 교수의 '과거사'발언은 한마디로 망발이다. 민감한 국민 정서나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앞둔 시점에 비춰 부적절한 차원을 떠나, 내용 자체가 논리와 법리적 측면에서 도무지 설득력이 없다. 특히 천박한 법률지식으로 전쟁과 테러 범죄에 관한 법리를 임의로 꿰맞춘 무모함이 두드러진다.그러나 우리는 황 교수 발언으로 과거사 논쟁이 확산되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 그가 비록 집권세력의 두뇌를 자처한 학자지만, 정부와 집권당의 입장과도 거리가 먼 엉뚱한 발언을 놓고 사회가 보ㆍ혁 논쟁을 벌이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하다.

남북관계에 역사적 전환점이 될 김 위원장 답방을 앞두고 국가적으로 도움되지 않을 논쟁에 매달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보는 것이다.

황 교수 발언의 요지는 한국 전쟁과 KAL기 폭파테러 등에 대해 당장 김 위원장의 책임을 묻자는 보수진영의 주장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집권당을 위해 일하는 진보적 학자로서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전쟁 도발 책임을 물으려면 전범 재판이 선행돼야 하고, 전쟁 당시 어려서 도의적 책임만 있는 김 위원장의 사과는 재판 뒤로 미뤄야 한다는 논리는 도무지 어색하다. 어떤 형식으로든 사과나 유감 표명을 기대하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것은 물론이다.

여객기 폭파테러 관련 발언도 궤변에 가깝다. 반인도적 테러범죄는 사과와 용서할 일이 아니라 재판으로 처벌할 사안이므로, 김 위원장에 대한 조사가 가능할 때까지 덮어 두자는 주장은 억지 형식논리다.

김 위원장의 지시여부를 떠나, 우리 정부가 북한 소행으로 규정한 사건에 북한 지도자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이를 억지 논리로 부정한 것이 잘못이다.

이렇게 볼 때 야당이 '망언'을 규탄하고, 민주당이 즉각 그를 사퇴시킨 것은 옳다. 그러나 과거사 사과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는 여권의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의심해 논쟁을 마냥 확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거친 논쟁이 자칫 김 위원장 답방을 계기로 한 역사적 남북 화해를 방해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ㆍ야와 보ㆍ혁을 가림 없이, 신중하고 절제된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

남북화해를 위해 과거사를 그냥 덮어 버리는 것은 역사와 국민 앞에 무책임하다. 그러나 불행한 과거에 매달려 앞으로 내딛지 못하는 것은 한층 어리석다.

어느 것이 진정한 대의(大義)이며, 어떤 선택이 현명한지를 국민 모두가 잘 헤아려야 한다. 이번 발언 소동이 진지한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