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에 사는 주부 김모(38)씨는 최근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남편으로부터 "급히 주민등록등본을 떼 팩스로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동사무소에서 등본을 발급받고 "팩스를 한번만 쓰자"고 부탁했지만 "민원인은 문방구 팩스를 사용하라"고 거절당했다.그날 따라 문방구가 문을 닫아 김씨는 10여분을 헤매고 다닌 끝에 다시 돌아와 동사무소 직원에게 "사용료를 드릴테니 제발 팩스 한번만 쓰자"고 사정사정했다.
하지만 직원은 "공무원이 돈받는 것 봤느냐. 한 사람이 쓰면 너도나도 쓴다"며 요지부동이었다.
한참 실랑이를 벌인 끝에 버스를 타고 도심에 나가 등본을 보냈지만 남편으로부터 "왜 이리 늦었느냐"는 핀잔만 들었다.
요즘 모든 관공서가 대민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급할 때 도움을 주는 곳은 많지 않다.
김씨는 "전화라도 한번 사용하려면 공용이라는 이유로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간판 표어나 시설 보다는 민원인들을 도와주겠다는 공무원들의 마음이 훨씬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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