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영연방 국가, 일본에서 자동차는 우리와 반대로 좌측통행이다. 영국에서 마차가 대중 교통수단이 됐을 때부터 그렇게 했다고 한다.마차가 길 오른쪽으로 달리면, 마부가 휘두르는 긴 말채찍에 자칫 보행자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자동차 시대에도 그대로 굳어졌다.
운전석도 오른쪽에 있어 이방인에게는 적잖이 혼란과 불편을 준다. 하지만 길이 좁은 나라에서 문명의 이기(利器)인 탈것들보다 보행자 안전을 먼저 생각한 지혜가 돋보인다.
■이 뿌리깊은 '사람 우선' '인간 존중' 전통을 직접 경험하면 고개를 숙이게 된다.
웬만큼 넓은 길에서는 횡단보도와 관계없이 행인은 마음대로 길을 건너고, 달려오던 차들은 멈춰 선 채 기다린다. 마차든 자동차든 간에 원래 사람을 위한 길을 빌려 다닌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영국의 교통 질서가 세계 최고인 것도 사람의 권리와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하는 의식이 바탕일 것이다. 그게 100여년 전 자동차를 운행한 사회의 진정한 선진국 다운 모습이다.
■자동차가 대중화한지 불과 10여년 된 우리의 교통질서가 엉망인 것은 급속한 차량 증가를 국민 의식이 따르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근본에는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란 인식부터 없다.
보행자에서 운전자로 바뀌면 사람이 달라지고, 차도를 넓히기 위해 비좁은 인도를 갉아먹기 일쑤이고, 빈 땅만 생기면 주차장을 만드는 행태가 모두 여기서 비롯된다.
서울시와 시 교육청이 학교 운동장 지하에 유료주차장을 만들자고 나선 기발한 발상도 그 연장선에 있다.
■어린 학생들의 생활공간 지하에 위험시설을 만들자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극치다. 교육 당국은 주민 주차난 보다 학생 안전과 교육 환경에 신경 써야 마땅하다.
가뜩이나 학교 주변환경이 열악한 터에 비행과 범죄가 빈발하는 지하 주차장을 설치하자는 것은 한심하다.
특히 일부 학교장이 찬성하고 나선 것은 학교 발전에 쓴다는 수익금에 혹한 나머지 본분을 잊은 듯해 개탄스럽다. 이런 발상을 하는 이들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인간 존중'정신을 재교육 받아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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