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서울시의 소위 '반부패지수' 조사결과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25개 자치구 및 시청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민원인에 대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부패도를 조사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서울시의 반부패조사에 관해 몇가지 의문과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첫째, 일방통행식 평가방법의 결정이다. 99년부터 실시된 반부패지수 조사 방법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평가대상기관은 물론 학계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보완을 위한 어떤 노력도 없이 최우수 여론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시켰다.
둘째, 종합적ㆍ입체적 시각을 갖지 못한 조사평가였다. 서초구와 인접 강남구는 유흥가가 밀집한 지역이라 하여 검찰에 의해 특별관리지구로 지정돼 있다.
또 검찰, 경찰, 시민단체, 구청 공무원 등이 밤 10시부터 새벽 3-4시까지 집중 단속을 벌여 지난해 그 횟수가 무려 2만800회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주들이 설문에 좋은 반응을 보이리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아마 업주들은 금품을 제공하지 않으니 자꾸만 찾아와 업소를 괴롭히는 것으로 오인해 긍정적 답변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서울시가 지난해 반부패지수를 발표한 바로 그날 서초구는 집중 단속 덕분에 청소년 유해환경감시 우수구로 선정되어 검찰총장의 표창을 받았다.
셋째, 표본추출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사대상은 층화 무작위 추출법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위생분야의 예를 들면 표본규모가 3,166명으로, 자치구별로 126명 정도가 설문조사의 대상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126명은 성별 나이 학력 등을 기준으로 구성됐다는데 이 정도의 표본으로 얼마나 대표성있고 객관적인 응답을 받을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넷째, 질문의 부적합성이다. 13개 문항의 위생분야 질문 가운데 반부패와 직접 관련이 있는 문항, 즉 사실에 관한 사항으로 계량화가 가능한 문항은 10번(최근 1년간 구청 위생담당 공무원에게 금품이나 접대를 몇 번 정도 제공하셨습니까?)과 11번(금품을 제공했다면 1회 평균 얼마정도 제공하셨습니까?) 등 2개에 불과하다. 중요한 평가일수록 객관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아무리 시민을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평가를 받는 당사자들이 승복할 수 없고, 스스로 희생물이 되었다고 생각할 정도라면 그 제도는 재고되고 개선되는 것이 민주사회의 순리일 것이다.
조남호 서초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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