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년 끊어진 혈맥이 다시 이어졌던 26일 오후4시께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 마련된 단체상봉장. 이산의 한을 토하느라 한동안 울음바다를 이뤘으나 곧 혈육의 정을 재확인한 가족들의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기쁨의 장'이 됐다.○.북한 취주악의 대가로 1994년 김일성 영결식때 연주된 취주악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편곡하는 등 작곡가로 이름을 떨쳐 '공훈예술가'칭호를 얻은 정두명(67)씨는 노모 김인순(89)씨를 만나자 마자 "불효자식이 이제서야 왔습니다"라며 큰절을 올리고 어머니 품속에 안겼다.
아들을 보고 놀랄까봐 우황청심환까지 복용한 김씨는 백발이 성성한 아들을 보고 "누군지 모르겠네. 얼굴이 많이 변했어"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 불효자를 용서하세요." 생존가족 확인때 형제만 찾고 어머니 이음전(87)씨를 찾지 않았던 북측방문단 김원중(68)씨는 꿈에 그리던 어머니의 무릎에 얼굴을 묻은채 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네 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후 네 이름만 부르시다 세상을 등졌어." 직접 마련한 금반지를 끼워주는 노모의 주름진 손을 잡은 아들의 얼굴은 환희와 회한이 뒤얽힌 눈물로 범벅이 됐다. 긴 기다림 끝의 ?은 만남이 끝날 때까지 노모는 아들의 얼굴을 만지고 또 만졌다.
○.재가한 줄로만 알고 50년 세월을 기다려온 남쪽의 아내를 찾지 않았던 북의 남편 황창수(84)씨와 권창직(72)씨는 아내들이 건네는 금반지를 채 끼지도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당신 떠날 때 내가 언제까지라도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수"라는 아내 송순섭(82)씨의 말에 황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재가 했으면 어떻게 당신 얼굴을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었겠어요." 권씨도 아내 연일순(71)씨가 "50년만의 결혼예물"이라면서 건넨 금반지를 손에 쥐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연신 "이 사람이 나를 기다렸답니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북의 아들 조원영(73ㆍ원산경제대학 교수)씨를 만난 어머니 김서운(87ㆍ충북 괴산군)씨는 "3개월 후에 돌아온다더니 50년이 지나서야 나타나면 어쩌냐"면서 "아무래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모양"이라고 한동안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나 혼자 나가 식구 불려 왔습네다. 딸이 둘입네다"라는 아들의 말에, 노모는 "아들(손자)은?"이라고 물었다.ㅁ왜 ㅁ ○.남측 가족 최고령자인 허 계(92ㆍ여)씨는 아들 김두식(70)씨에게 "네 아내 사진은 어디있냐"고 물어보는 등 북쪽 며느리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허씨는 "살아 생전 다시 너를 볼 수가 있겠냐"면서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자, 두식씨는 "어머니, 증손자가 지난해 컴퓨터대회에서 1등을 해 곧 김책공대에 들어갑네다"라고 자랑하는 등 어머니를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