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에 이어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예정돼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남중부 캄란만 해군기지의 임차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대두될 전망이다.양측 모두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캄란만 이권을 사이에 둔 러시아와 베트남의 '국익 챙기기' 는 베트남전 종전 이후 가장 치열한 외교전이 될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예상이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국가수반으로는 처음 베트남을 방문하는 데에는 캄란만 기지가 갖는 군사적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이 건설한 캄란만 기지는 종전 후 중국과 국경분쟁에 휩싸인 베트남이 중국 견제차원에서 1978년 구 소련에 2004년 반환을 조건으로 임대했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캄란만은 그러나 구 소련의 붕괴와 러시아의 경제난으로 최근 몇 년간은 사실상 폐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차기간이 3년 앞으로 다가오고, 1992년 수빅만 해군기지를 필리핀에 돌려준 뒤 동남아 거점을 상실한 미국이 캄란만 해군기지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면서 열강의 각축장으로 떠올랐다.
러시아의 복안은 양국의 전통적 동맹관계를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11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베트남의 구 소련 부채를 임차 연장에 연계시킨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는 특히 이 지역의 해군력 강화를 위해 항공모함과 핵 잠수함을 기항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데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최근 "기지 지위에 대해 양측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고 있다" 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베트남은 러시아와 중국과의 미묘한 긴장관계를 고려, 중국 카드를 협상용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대양해군' 을 지향하는 중국 역시 동남아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베트남의 중요성을 인식, 캄란만을 매개체로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길이 32㎞ 폭 16㎞로 1941년 일본이 강점했다 1945년 패전과 함께 베트남에 반환된 캄란만은 1965년 미군에 의해 260㎢ 에 달하는 광대한 군사기지로 변모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러시아의 임차기간이 연장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지만,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베트남 정부가 미국과 중국의 요구도 일정부분 수용하는 타협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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