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의 '허브(Hubㆍ중추)공항'이 목표인 인천국제공항 개항(3월29일)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인천국제공항은 8년4개월간의 대역사를 마무리 짓고 막바지 점검이 한창이나 수하물처리시설과 접근도로 부족, 비싼 공항이용료, 공항공사의 경영난 등의 문제점이 곳곳에 산적, '성공비행'에 상당한 차질 우려를 낳고 있다.
26일 건설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수하물처리용량이 관련 시설 부족으로 시간당 450개에 불과해 김포공항(시간당 800개)은 물론, 국제권고기준치(시간당 600개)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승객들이 몰리는 시간대(피크타임ㆍ오전 10시~낮12시, 오후 5~7시)에는 수하물처리가 늦어져 운항지연사태까지 우려된다.
공항공사는 최근 가상승객과 항공기, 화물 등을 동원, 5차례 종합시험운영을 실시했으나 피크타임의 상황은 외면하고 겉핥기식 점검으로 끝내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또 공항으로 갈 수 있는 육상도로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고양시 강매동 방화대교_공항ㆍ40.2㎞) 하나 뿐 이어서 고속도로 상에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안개가 끼면 승객들이 제시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없는 상황도 예상된다. 모 항공사 관계자는 "공항철도(2007년 완공 예정) 완공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숙박시설 등 편익시설과 배후단지 조성도 지연돼 공항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건교부와 인천시는 당초 지난해말까지 공항종사자와 상주기관 직원 등 3만명을 수용할 미니신도시를 공항 인근에 조성할 예정이었으나 착공조차 못하고 있고, 대한항공의 칼호텔과 에스엠에어포트호텔도 2002년말 이후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비싼 공항이용료도 성공비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항고속도로 왕복통행료가 1만2,200원(승용차 기준)에 달하고 공항이용료(출국세 포함)도 2만4,000원으로 책정돼 있어 승객들은 김포공항 이용 때 보다 갑절은 더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공항을 운영하는 공사가 국내외에서 빌린 돈이 3조4,000억원(사업비의 62%)을 넘고 올해 갚아야 할 이자만도 3,400억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김연명 박사는 "인천국제공항은 효율적인 운영을 가능케 하는 운영시스템 등 소프트웨어에서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났으나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현 상태로는 개항초기 국제공항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송원영기자
wysong@song@hk.co.kr
■접근로 유일…고속도 정체땐 대책없어
서울의 한 무역회사 과장 김모(39)씨는 미국 뉴욕 출장을 위해 3월30일 오전 7시 서울 아현동 집을 나왔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전 10시. 김씨는 인천국제공항의 접근로가 공항고속도로 뿐인 점을 감안, 미리 서둘렀다.
그러나 김씨는 공항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강변북로JC에 이르자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택시로 시청 앞까지 와 1만5,000원이나 내고 공항직행버스를 탔지만 공항고속도로 입구에서 버스가 출근차량들과 뒤엉켜 가다 서다 만을 반복했기 때문.
30분만에 간신히 고속도로에 진입한 버스는 시원하게 달리는 듯 싶더니 10분도 못 가 다시 멈춰졌다. 창 밖으로 내다 보니 앞서 가던 승용차가 버스를 추돌, 운전자들이 다투고 있었다.
공항고속도로는 일단 들어서면 출구가 아예 없어 차량들의 거북이행렬은 꼬리를 물었다.
긴급견인차량이 투입돼 간신히 사고차량들을 갓길로 옮겨놓자 버스는 30분만에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김씨가 공항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10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그러나 버스가 통행료를 받는 신공항영업소를 통과할 때 통행료전광판에 찍힌 요금을 보곤 깜짝 놀랐다.
편도 통행료가 무려 1만400원(승용차는 6,100원). 거리상으로 3배 이상 먼 서울-대전(143㎞) 버스 편도요금이 6,500원이었다는 기억을 떠 올리곤 '너무 비싸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옅은 회색빛 공항건물은 웅장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연면적만 잠실 축구장의 60배(15만평), 공항 건물로는 세계최대. 길이 1,066m, 지하2층 지상4층, 높이 33m.
공항 관계자는 "모든 시스템이 24시간 컴퓨터로 움직인다"며 "환승호텔과 볼링장, 헬스. 사우나, 실내전동차 등 관광객과 노약자를 위한 시설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고 귀띔했다.
도로와 연결돼 있는 공항 3층의 출국장에서 20분만에 수속을 마쳤다. 시간이 다소 남아 여객터미널을 둘러보려는 순간 이곳 저곳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승객들의 짐이 폭주하자 수하물처리시스템이 갑자기 멈춰 작동되지 않은 것이다.
가상승객이 미리 가 본 인천국제공항의 모습이다. 개항 한달을 앞두고 최종 점검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정상비행'의 발목을 잡는 문제점도 적지 않아 깔끔한 마무리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인천공항공사측은 공항의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는 시험운영을 수차례 했으나, 승객 입장에서 시내-공항-출국수속-탑승에 이르는 과정은 점검하지 않아 개항초기 공항의 효율적인 이용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강동석(姜東錫) 사장은 "개항 초기 일부 시행착오도 예상되지만 정상운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재 공항재정의 40%에 불과한 정부지원을 늘리는 등의 지원책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장래준기자
rajun@hk.co.kr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에서 제일 비싼 공항'
인천국제공항의 공항이용료는 김포공항보다 60% 오른 1만5,000원. 승객들은 여기에 관광기금으로 조성되는 내국세 1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이용료만을 놓고 볼 때 일본 간사이(關西)공항(2만6,000원)에 비해서는 다소 싼 편이지만 홍콩 첵랍콕(8,000원), 싱가포르 창이(1만600원), 말레이시아 세팡(1만2,000원) 등 주변 경쟁공항의 2배를 웃돌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이용객이 승용차로 공항까지 가려면 왕복 통행료 1만2,000원(승용차 기준), 기름값, 주차요금 등을 합해 최소한 5만원 이상의 비용이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이용료가 비싸게 책정된 것은 공사의 누적적자가 개항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의 A여행사 김모(45) 차장은 "허브공항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인중 하나가 공항이용료의 수준"이라며 "요금을 대폭 낮춰 항공사와 승객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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