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정부가 자국의 2단계 대수로 공사를 맡고 있는 동아건설의 파산에 대비해 현지 법원에 62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다.리비아 정부는 앞서 동아건설 파산 시 12억 달러 규모의 클레임을 걸겠다는 내용의 경고 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낸 바 있다.
리비아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1차적으로 자국의 권리 확보 차원이다. 청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동아건설의 빚 잔치가 벌어질 경우 우선권을 주장하기 위해 법적 조치들을 사전에 다져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외국계 은행 등 국제적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동아건설 채권단이 유사시 어떤 조치를 하리라는 점은 짐작이 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리비아 정부의 조치들은 나름대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면에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어 상황 판단에 어려움이 따른다. 한마디로 '동아건설을 죽이지 말라'는 리비아측의 간접 압력일 공산이 다분하다.
'어떤 경우든 대수로 공사는 차질없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거듭된 공언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정부가 이토록 몰아붙이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쩍다.
손해배상 청구 규모가 대수로 2단계 공사비 총액에 달할 정도로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리비아 정부가 자발적으로 동아건설 살리기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동아건설의 대리자 역할을 자임한 것인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로서 분명한 것은 동아건설에 파산선고가 내려질 경우 리비아 정부측이 어떤 형태로든 강한 유감을 표시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 리비아 정부가 국익 만큼이나 국가적 자존심을 앞세우는 아랍 성향이 특히 강하다는 점에서 그 강도가 예상외로 높을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 리비아측과 법적ㆍ외교적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동아건설 파산 여부에 관한 법원의 선고가 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다각적인 채널을 동원해 한국측 입장과 다양한 가능성에 관해 리비아측에 성의 있게 설명해 대화 기반을 다져놓아야 한다.
동아건설의 파산 여부는 전적으로 법원의 소관이다. 무엇보다 법과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해야겠지만 거시적인 관점도 고려하는 현명한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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