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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교육소비자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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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교육소비자 주권

입력
2001.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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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아이들 방에서 집사람의 큰소리가 들렸다. 초등학생 아이의 등교 채비를 거들어 주다가 학습 준비물이 빠진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누구든 당장 문구점으로 달려가야 하는 '급박한 사태'가 터졌으니 짜증이 날만도 했다. 아이를 꾸짖고 이어 자책(自責)도 한 애 엄마가 다음으로 원망했던 것은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었다. '왜 학교에 가져오라는 준비물들을 예외 없이 하루 전날에서야 통고하느냐 '는 것이다.

■최근 해외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중앙부처 관리와의 사석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오갔다. 부인이 귀국해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자녀 교육 문제인데, 그 부인이 어린 아이들 학교 준비물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집과 문구점을 오락가락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준비물 홍수에 시달리는 판에 시간적 압박까지 가하는 것은 누가 봐도 심하지 않느냐는 이들 주부들의 하소연은 백번 지당한 것이다.

■사실 웬만한 교육 선진국에서 이런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예컨대 프랑스 초등학교의 경우 학기 수업이 끝나는 날에 다음 학기에 필요한 준비물 일체의 목록이 편성돼 나온다.

부모들은 이 리스트를 받아 방학 중 준비물을 장만해 두었다가 개학 날 자녀를 통해 학교에 보내면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다. 준비물들은 학교측의 대조검사를 거쳐 학생 사물함에 보관돼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도록 되어있다.

■선진 교육 시스템이란 뭐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 서서 명백하게 불합리하고 비경제적인 관행부터 고쳐가는 것이다.

더욱이 시장자본주의가 사회 질서양식처럼 되어버린 오늘날에는 '교육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망각할 경우 큰 코를 다치게 되어 있다.

최근 경기 시흥 주민들이 "공교육을 못 믿겠다"며 자체 대안(代案)학교 설립을 인가 없이 추진해 파문이 이는 것도 교육 소비자 주권의식이 급격히 고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송태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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